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7일 첫차부터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준법투쟁에 들어가면서다. 지난달 30일 하루 진행한 준법투쟁에 이은 두 번째다.
임금협상, 어디서 틀어졌나?
버스 노조의 ‘정속 운행’에는 이유가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쪽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9차례 임금·단체협약 단체교섭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도 결국 조정 중지로 결론 났다.
핵심 쟁점은 ‘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여부’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조는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수당 등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이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권리 보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조는 ▲정년 연장(현행 63살→ 65살),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암행감찰 폐지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쪽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에, 상여금을 반영하면 전체 인건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상여금 조항을 폐지하거나 임금 체계를 개편해 통상임금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를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고 반발한다.
서울시도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고 본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내버스 운송원가 중 운전직 인건비 비중이 2008년 50.8%에서 2024년 68.3%까지 증가했다”며 “노조 요구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을 10% 인상하고, 기본급을 추가로 8.2% 올리면 운전기사 평균 인건비는 6273만 원에서 7872만 원으로 상승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누적 부채는 1조원 수준이다.
노사 임금협상에 지자체가 왜 개입하나?
서울시와 사쪽은 임금 체계 개편 없이는 추가 협상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쪽과 같은 입장으로, 전반적인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데 동의가 있어야 기본급 조정이나 임금 총액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노사 협상에 깊숙이 개입하는 이유는 서울시 버스 운영 구조에 있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시행 중이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회사가 운영을 맡지만, 노선과 운행은 지자체가 관리하고 적자가 발생하면 재정을 지원하는 구조다. 노조는 이 구조를 근거로 “버스회사는 사실상 ‘운행을 위탁받은 하청’에 불과하고, 진짜 원청은 서울시”라고 주장한다. 버스 노조 관계자는 “버스회사는 요금도 올릴 수 없는 구조다. 사쪽이 독자적으로 임금 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사실상 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버스 노사 협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지자체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외에도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울산, 경기 일부 지역 등에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일, 서울시를 비롯한 인천·부산 등 준공영제 시행 지자체 10곳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임금 인상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특정 지자체의 임금협상 결과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전국적 파급력을 고려해 공동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업까지 갈까?
노조는 8일 열리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전국 지역대표자회의에서 파업을 포함한 향후 투쟁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당장 전면 파업에 돌입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을 하게 된다면 서울과 부산이 동시에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부산은 아직 협상 조정 기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피해를 고려해 파업까지 가지 않고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수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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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7T06:18:53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