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 페트병은 투명 페트병과 따로 분류…대체 무슨 말? [노컷체크]

환경의 날, 쌓여있는 투명페트병. 연합뉴스

◇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가 시행 중입니다. 2021년 12월25일부터는 위반시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배포한 투명페트병 분리 배출 홍보지에 하라는 문구가 들어있어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 조태임 > 투명한 페트병은 투명페트병으로 분리배출하고 투명하지 않은 것, 유색 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버리는 것 아니에요? 근데 무색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니… 그게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 선정수 > 경기도 과천시는 지난 1일 반상회 홍보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투명한 생수병과 음료수병은 투명페트병으로 따로 모아 배출하고, 그 밖의 플라스틱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무색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 조태임 > 투명페트병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PET로 만든 병을 말하는 것일 텐데요. '무색페트병'은 도대체 뭘까요?  색은 없지만 불투명한 페트병을 말하는 건가요?

 

◆ 선정수 > 과천시 뿐만 아니라 부산 기장군도 지자체 이름만 다른 같은 내용의 홍보지를 배포했습니다. 과천시에 직접 물어봤는데요. 과천시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보내준 홍보자료 문안에 지자체 로고와 연락처만 넣어 배포한 것"이라며 "내용에 관해서는 환경부에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 조태임 > 그럼 과천시도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그냥 홍보자료를 배포한거네요. 이 점도 황당한데, 환경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선정수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생수병과 음료수병 이외에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터만 보고는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포스터에 생수병과 음료수병을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면서도 "하반기에 다른 포스터를 제작할 때 두루 의견을 취합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부 제공
결론은 환경부의 실수입니다.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하는 '무색페트'라는 분류는 없습니다. 양념류, 식용유, 워셔액, 손세정제 등 '생수와 음료수가 아닌 것'을 담았던 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라는 내용이 잘못 전달된 겁니다. 음료수와 생수를 담았던 병만 으로 분리배출한다는 점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 조태임 > 그러니까 양념이나 오일이나 물에 잘 씻기지 않는 이물질들이 묻은 병들은 투명 페트병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류하라는 말인거네요.  이 말을 왜 이렇게 헷갈리게 알렸을까 싶은데, 어쨌든 투명한 음료수와 생수병만 투명페트병으로 분리배출한다는 점만 알아두시면 되겠네요.

그런데 이 플라스틱병 분리배출하다보면 병뚜껑은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될 때가 있단 말이죠.

 

◆ 선정수 >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연합뉴스는 5일 <[르포] 갈길 먼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여전히 규정 안 지켜"> 기사를 통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도에 대해 짚었습니다. 기사는 "생활자원회수센터에 쌓인 투명 페트병 더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알록달록한 라벨과 병뚜껑이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는 라벨과 병뚜껑이 분리돼야 정상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라벨을 떼어내고 배출해야 한다는 것은 비교적 명확히 알려져 있는데요. 병뚜껑도 제거해야 하는 걸까요?

 

◇ 조태임 > 뭐가 맞는 거죠?

 

◆ 선정수 > 환경부는 "비우고 제거하고 찌그려 닫기"를 기억하라고 합니다.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찌그려뜨리고 뚜껑을 닫아서 '투명페트'로 모아달라는 것이죠. 뚜껑을 닫으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고요, 둘째는 찌그러뜨린 페트병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뚜껑을 닫아주면 좋지만 닫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다고 합니다. 분리배출된 투명페트병은 재활용 공장으로 가서 파쇄되는데요. 뚜껑 재질은 보통 PE인데 이건 물 위로 뜹니다. 페트병 몸통은 파쇄되면 물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공정에서 쉽게 분리된다고 합니다. 뚜껑만 따로 충분한 양을 모으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소량일 경우 선별장에서 따로 잡아내기가 불가능합니다.

◇ 조태임 > 왜 유독 투명페트병만 따로 모아달라고 하는 건가요?

 

◆ 선정수 > 페트(PET)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는 소재입니다. 광택이 좋고 강도가 우수해 생수와 음료는 물론, 각종 음식 포장재에도 흔히 활용됩니다. 과일을 담은 투명 용기나 커피 테이크 아웃 용기도 페트로 만듭니다. 하지만 따로 분리 배출할 때는 이런 포장재는 빼고, 생수와 음료 용기만 분리 배출하라고 하죠. 나머지 페트 포장재의 경우 제품에 따라 다른 플라스틱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PET가 아닌 다른 재질이 섞여 들면 재생 원료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잘게 분쇄된 PET 조각들을 플레이크라고 하는데요. 5월 기준 재활용가능 자원 가격을 살펴보면 무색PET플레이크는 kg당 1065원에 거래됩니다. PET유색은 386원, PET복합은 282원, 신문지는 161원, 골판지는 80원, 철캔은 355원입니다.

 

◇ 조태임 > 투명 페트병 조각들의 단가가 제일 높네요.

 

◆ 선정수 > PET 단일 재질만 모아줘야 재생원료로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원료가 확실한 음료수와 생수병만을 모으겠다는 심산입니다. 간장, 식초, 식용유, 워셔액 등 음료수나 생수가 아닌 것을 담았던 용기를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고 하는 건 내용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을 때 재생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겁니다.

 

◇ 조태임 >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투명페트병만 모아주면 무슨 장점이 있나요?

 

◆ 선정수 > 투명페트병만 모아 재생원료를 만들면 섬유가 긴 장섬유 원료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걸로 실을 만들어 옷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재활용할 때 단가가 가장 높아진다고 합니다. 500ml 생수병 12개를 잘 모아 고품질 원료로 재생하면 티셔츠 한 벌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물질이 섞여들면 섬유가 짧아져서 실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 대신 단섬유 원료로 인형의 속을 채우는 충진재 등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아지는 거죠.

 

가득 쌓인 플라스틱. 연합뉴스

◇ 조태임 > 그럼 페트병 분리배출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아보죠

 

◆ 선정수 > 앞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투명페트병의 올바른 분리배출은, '비우고, 제거하고, 찌그리고, 닫기' 입니다. 투명한 생수병과 음료수병의 내용물을 비우고 가볍게 헹군 뒤에 라벨을 제거합니다. 찌그려뜨려서 부피를 줄인 다음에 뚜껑을 닫습니다. 부피를 줄이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페트병이 많아집니다. 결국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죠. 뚜껑을 닫으면 좋기는 한데요. 뚜껑이 없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결국에는 이물질이 섞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조태임 >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인데요.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 현황은 어떤가요?

 

◆ 선정수 > 그린피스가 지난 3월 충남대학교 장용철 교수팀과 함께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 코로나19 시대, 플라스틱 소비의 늪에 빠지다' 보고서를 살펴보면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은 생수 PET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kg)로 네 가지 품목을 더하면 1인당 일 년에 약 19.0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 보고서의 기준데이터인 2017년 데이터와 비교하면 생수 PET는 2017년 대비 13.5% 증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56.9% 증가, 일회용 비닐봉투는 15.9% 증가했습니다. 조사한 모든 항목 플라스틱의 국내 연간 소비량이 증가했으며, 특히 2017년 대비 2020년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소비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 조태임 > 그럼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얼마나 되나요?

 

◆ 선정수 > 2017년 자료를 기준으로 전체 플라스틱의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 22.7%였는데요. 2021년 폐기물 데이터를 기준으로 동일 계산을 실행해보면 전체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 27%이며,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여전히 낮은 약 16.4%에 불과했습니다. 정부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플라스틱 사용량 가운데 10% 정도만 고품질 재활용, 그러니까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쓰거나 옷으로 만드는 이런 걸 말하는데요. 나머지는 부직포, 단열재 같은 저품질 재활용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런 제품으로 재활용 되면 그 다음에는 재활용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하네요. 결국 소각하거나 매립하게 되는데요. 소각하면 온실가스가 발생하구요, 매립하면 분해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죠.

 

◇ 조태임 >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 같은데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선정수 > 저는 텀블러를 갖고 다니면서 커피나 물을 마시는데 사용합니다. 하루에 두 세개 정도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장보러 갈때 장바구니 들고 다니면 비닐봉지 안 사도 되구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은 깨끗하게 종류별로 잘 분리배출 하구요. 간단하지만 중요한 게 생활 속 실천인 것 같습니다.

 

◇ 조태임 > 네 지금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MHz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유튜브 채널 '노컷', 오디오클립,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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