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만날 때마다 고개숙인다는 그분은 누구?

존경하는 한승수(유엔총회 의장협의회) 의장님, 연세대학교 윤동섭 총장님, 김용호 부총장님, 한준 사회과학대학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자리를 함께 하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한승수 UN Hall’ 헌정식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한승수 의장님께, 저와 여러분, 그리고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감명을 받았던 의장님의 리더십과 헌신에 대해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한승수 의장님의 탁월한 업적, 그리고 그 내면에 축적되어 있는 끊임없는 고뇌와 열정을 기리기 위해 이 귀한 공간을 준비해 준 연세대학교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따뜻한 기도를 올려주신 정미현 교목실장님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2025년 새해, 을사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희망과 지혜, 성장과 변화의 여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한 해의 여정 속에서 이 여망은 기필코 실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은 우리의 마음은 침울하고,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소중하고 다정했던 우리의 이웃을 떠나보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유가족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가 리더십의 혼란과 국정의 불확실성은 우리의 일상에 전례없는 불안감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와중에 우리의 경쟁국들은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정체되어 있고, 미로에 놓여져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금 단합의 터전을 마련하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파란과 질곡의 국난을 성숙한 민주시민의 역량, 그리고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로 극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호는 거센 파고와 드센 격랑을 이겨낼 강인한 동력과 유연한 회복력을 갖고 있습니다. 새해 여명에 드리운 안개를 헤치고 대한민국호는 다시 세계 속으로,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80년 간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국가적 위기를 국운 상승의 기회로 만드는 반전의 저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이 역사의 과정 속에서 연세대학교는 수준 높은 교육, 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헌신한 숱한 인재들을 우리 국민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그 중심에 한승수 의장님이 계십니다.

의장님은 자신에게 엄격하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외유내강(外柔內剛), 먼저 근심하고 나중에 즐거워하는 선우후락(先憂後樂)의 리더십을 보여주신 품격 높은 지도자입니다.

녹색성장과 대외 통상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예지력(Inspiration)과 통찰력(Insight)으로 국운을 개척해 오신 탁월한 미래전략가입니다. 국내외 정세를 정확하게 직시하면서 正論과 正道에 입각하여 국가 정책을 설계하셨던 걸출한 경세가이시기도 합니다.

아흔 가까운 성상에 궤적된 의장님의 발자취를 서사(徐事)해 보면서, 우리는 참으로 행운의 시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평생을 국가발전과 국제사회의 진전에 기여한 지도자와 함께하고 있음은 우리 국민에게는 더 없는 행복이고, 세계인에게는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존경하는 한승수 의장님과 저의 인연은 1993년 4월, 워싱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주미한국대사관의 정무공사로 일하고 있었고, 의장님께서는 주미대사로 부임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것은 실로 운명적인 만남이 되었습니다. 처음 뵌 분이었지만, 의장님은 높은 인격과 품성을 지닌 탁월한 지도자이셨고, 저는 경제는 물론 정치적 식견과 외교관으로 갖추어야 할 거시적인 안목과 품격을 폭넓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의장님의 외교적 혜안과 지도력은, 이미 수준 높은 차원에서 국제무대에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저는 다양한 공직에서 의장님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01년 9월, 한승수 의장님께서 제56차 유엔총회 의장을 맡으셨을 때는, 제가 의장님의 곁에서 그 대단한 여정을 보좌하게 된 영광스러운 기회를 가졌습니다.

의장님께서는 세계가 겪고 있던 불확실성과 도전의 시기에 평화,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의제를 선도적으로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의장님의 탁월한 리더십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목격하며 큰 교훈과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때의 다양한 경험과 의장님의 가르침은 5년 후인 2006년, 제가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되는데 천금보다 더한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했을 때도 한승수 의장님께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기후변화 특사로서 활약하시며, 세계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로 헌신해 주셨습니다.

의장님께서 베풀어주신 이러한 열정과 배려는,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를 위한 진정한 동반자로서 의장님을 더욱 존경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했던 시간은, 제 경력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한승수 의장님의 업적과 리더십을 기리고, 다음 세대에게 그 의미를 전하는 공간인 ‘한승수 UN Hall’이 연세대학교에 탄생하게 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고도 감동적인 일입니다. 이 강의실은 앞으로 수많은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국제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UN을 배우면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절차탁마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 강의실은 한승수 의장님의 유산과 함께, 의장님의 비전과 가치가 세계와 연세대학교에 미칠 지속적인 영향력을 상징합니다.

우리 모두가 의장님의 삶과 업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함께 내딛길 바랍니다.

의장님께서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맨 끝에 나오는 ‘유애’(遺愛, 사랑을 남긴다)의 정신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아주 먼 훗날이 되더라도 연세대학교와 대한민국, 그리고 유엔과 세계시민에 대한 의장님의 사랑은 이곳 ‘한승수 UN Hall’에 깊게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후학들이 유애의 덕목을 배우면서 미래의 국가적 지도자,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나아갈 것임을 여러분과 함께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한승수 UN Hall’ 헌정식을 축하하면서, 자리를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새해에도 건승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01-10T09:25:22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