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장작 태워 가정용 난방
강원도 난방화재 원인 1위
5년간 연 10회 산불로 번져
도 소방본부, 민관 협조 구축
간이 스프링클러 보급 나서
주민 보호·대형 산불 예방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하루 3~4집을 방문해 작업하는 것도 벅차요. 하지만 화재 위험으로부터 이웃을 지키는 일이라 보람도 큽니다.”
강원 원주시 의용소방대원들은 요즘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를 돌며 ‘간이 스프링클러’를 무료로 설치해주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이달 말까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대상은 산림에 인접한 총 99가구다. 19일 현재 80%가량 설치를 마친 상태다.
화목보일러는 나무장작을 태워 열을 내는 난방기구다. 그러나 일반 가스보일러와 달리 안전관리 규정이 없는 데다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도 없어 연통 과열 등으로 인한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원주 부론의용소방대 부대장인 이종구씨(57)는 “짬이 날 때마다 의용소방대원 1~2명과 함께 화목보일러 사용 가구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여년간 설비업에 종사해온 이씨는 최근 원주지역 의용소방대원 50여명에게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방법을 교육하기도 한 베테랑 기술자다. 필요한 경비는 사회공헌사업 공모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700여만원을 기탁받아 충당했다.
원주소방서 예방안전과 최정호 소방위는 “의용소방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도움을 받아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화목보일러 과열 등으로 인한 화재가 일어났을 때 바로 물을 분사해 초기 진화하는 시설을 갖춰주니 수혜자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이 민관 협조체계를 구축해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화목보일러의 화재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고성군 한 주택에 설치된 화목보일러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형 산불로 이어지면서 산림 123㏊가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
화목보일러의 화재 위험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강원도소방본부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강원도에서 발생한 난방기기에 의한 화재 606건을 분석한 결과 화목보일러가 23.1%(140건)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열선 16.6%, 나무·목탄 난로 15.9%, 가정용 보일러 10%, 전기히터 5.1%, 전기장판 4.3% 등의 순이었다.
강원도 산불방지대책본부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2건가량의 화목보일러 화재가 산불로 이어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재 강원도 내 5950가구가 화목보일러를 난방용으로 설치해 사용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강원도소방본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릉·동해·속초·삼척·고성·양양·홍천 등 7개 시·군의 1745가구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간이 스프링클러는 기존 수도 배관에 주름관과 스프링클러 헤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쉽게 설치할 수 있다. 가구당 필요한 재료비는 6만5000원 정도로 화재 발생 초기 진화에 효과적이다.
강원도소방본부 화재대응조사과 채희창 소방경은 “영동지역 지원 대상 가구의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앞으로는 영서지역을 중심으로 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email protected]ⓒ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3-19T11:57:49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