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 빼돌려 외국에 주택 27채 사들여…국세청, 역외탈세자 세무조사

국세청이 자녀 명의로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로 수출물량을 빼돌리고 이를 통해 축적한 자금으로 해외주택 27채를 매입한 수출업자 등 국외탈세자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사업장에서 번 수조원의 수익을 해외 자회사로 위장 분산해 세금을 내지 않은 다국적 플랫폼기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31일 국세청은 부당 국제거래로 국부를 유출하면서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국제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역외탈세자 52명에 대한 추적·과세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역외탈세 조사대상자는 거래·사업·실체의 외관을 정상처럼 꾸미면서 수출입 가격의 인위적 변경, 사주의 수출물량 가로채기, 국내원천소득의 국외 이전 등 세금 부담 없이 경제적 자원을 유출했다"며 "전체 탈세규모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무조사 유형별 규모는 ▲현지법인을 이용해 수출거래를 조작한 수출업체 등 19명 ▲투자수익을 부당 반출한 사모펀드 및 역외 편법 증여한 자산가 등 12명 ▲사업구조를 위장해 국내 소득을 유출한 다국적기업 등 21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 수출업체는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수출물량을 가로채거나 사주가 지배하는 현지법인과 무역거래를 하면서 시장가격보다 저가로 수출해 현지법인에 소득을 이전했다. 사주 자녀가 소유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수출거래에 끼워 넣어 이익을 배분하거나, 수출대금을 사주가 빼돌려서 유용했다. 사주 일가는 수출물량을 빼돌리며 축적한 자금을 통해 총 27채의 해외주택을 매입했다. 국세청은 국내 외환·과세당국에 주택 취득사실을 미신고해 임대소득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수천억원의 수익을 타국 자회사로 위장 분산해 과세를 회피한 다국적 플랫폼기업도 있었다. 이 플랫폼기업은 국내 고객에게 온라인서비스 제공 시 필수적인 영업·판매, 홍보·마케팅, 연구개발 기능을 국내 자회사들에 분산했다.

국세청은 자회사 기능 전체로 보면 A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므로 A는 국내 사업장을 등록하고 수익에 대해 신고해야 하지만 자회사를 쪼개 각각 단순 서비스제공자로 위장하면서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결과 A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세금납부 없이 소득을 국외로 가져가고, 국내 자회사는 비용보전 수준의 이익만 국내에 신고·납부했다. 국세청은 플랫폼기업이 국내에서 거둔 이익 중 국내 사업장 귀속분에 대해 과세할 방침이다.

또 회사 지분 매각자금을 편법 증여하기 위해 자녀 명의의 역외보험료 20억원을 대납하고, 연 6~7%의 배당금을 국외에 은닉하고 국내에 신고하지 않은 자산가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국제 무역·금융·자본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과세당국 간 국제공조 네트워크를 활용해 역외탈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총 4조14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연평균 추징세액은 1조3000억원을 초과했다.

오 국장은 "역외탈세는 세금부담 없이 국부가 유출되는 반사회적 위법행위로 국세청의 역외탈세 대응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 수준이 높다"며 "이번 전국 동시 역외탈세조사에서는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일시보관·디지털 포렌식·금융추적조사·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 가용한 집행수단을 총동원해 끝까지 추적·과세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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