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휴일→ 3일 연휴로?… 교회 “주일 예배 어쩌나” 속앓이

“공휴일이 많아지면 교회로서는 반가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이달 초 신정(1월 1일)과 현충일(6월 6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과 함께 ‘요일제 공휴일’ 도입 계획 등을 내놓자 한 현직 목회자의 우려섞인 반응이다. 주일과 휴일이 겹치든가 하면 여행 등 여가활동으로 주일 예배를 드리지 않는 성도들이 늘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성도수 회복률이 70∼80%대에 그친데다 주 4일 내지는 주 4.5일 근무제 논의가 터져나오는 시점에서 교계의 세부 논의가 필요한 때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한국의 공휴일은 총 15일이다. 신정과 현충일은 대체휴일이 적용되지 않아 연도별 공휴일 수에 편차가 발생해 연차 사용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체공휴일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요일제 공휴일 제도가 도입될 경우 개천절을 10월 3일 대신 첫째주 금요일로 지정할 수 있다. 징검다리 휴일이 아닌 금·토·일 내지는 토·일·월처럼 사흘 연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정부안의 골자다.

주일예배 성수 희미해질까

정부의 휴일 제도 방침이 확정되면 교회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징검다리 휴일에 일요일이 끼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배학자들은 휴일 사이에 주일이 끼어 있으면 성도들이 자연스레 주일을 지키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장단기적으로 예배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예배학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엔 성도들이 휴가를 가더라도 주일을 반드시 지키는 습관이 있었지만 이제는 예배 불참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예배 출석 문제는 헌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미자립교회의 경우엔 교회를 유지하는 데 치명적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도들에게 예배를 중요시 여기는 마음가짐이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어서고 ‘워라밸(일과 여가의 조화)’이 강조되는 문화 속에서 교인들에게 무작정 예배 참석을 종용하는 일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분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 박종환 실천신학대학원대 예배학 교수는 “목회자 입장에선 휴식을 갖겠다는 교인들에게 예배만 강조하기가 어려운 시대”라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라인 예배 때문에) 예배 성수에 대한 개념이 많이 약해진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안을 찾아라

‘72.4%가 주일성수 등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주5일 근무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던 2003년 9월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일부다. 10명 중 7명은 주 5일제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표명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되면서 우려했던 바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백용석 강남교회 목사는 “주 5일제를 시작할 당시 비슷한 우려가 컸지만 교인들의 믿음과 지혜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예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엔 휴가지의 주변교회나 지역교회를 탐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성 프로그램이나 국내 성지순례지 방문과 같은 야외활동 등을 구성해서 ‘신앙활동’을 중심으로 한 여가 프로그램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백 목사는 이어 “일과 휴식의 균형을 설교를 통해 알려주고, 쉼에 대한 성경적 의미를 잘 설명해주고 신앙적으로 상처를 받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회 본질·예배 의미 성찰 계기로

박 교수는 “3040세대는 개인의 여가를 중요시하는 세대다. 목회자가 교회 밖 현장으로 나가는 새로운 개념의 예배도 필요하다”면서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과 관련된 장소에서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도 목회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온·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예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산되고 있는 예배 형식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교회의 존재 목적이 교회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에 교회의 본질과 예배의 의미를 성도들에게 다시 교육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것이 교회에 주어진 과제”라고 덧붙였다.

유경진 김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2024-07-17T18:03:49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