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천국 아일랜드 주민은 왜 쓰레기 시멘트를 수용했나

아일랜드는 19세기 대기근으로 인구의 20%를 잃은 유럽 최빈국에서 지난해 1인당 명목 GDP(국민 총생산) 2위의 부유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특히 '자유·인권지수' 글로벌 5위 국가답게 주민의 의견표출이 적극적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자원재활용 수준은 낙제점에 가깝다. 일례로 시멘트 산업의 대체연료 사용비율이 유럽 기준 최하위 국가다. 유럽은 시멘트 산업에서 주연료인 유연탄을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1990년 2%대에서 현재 46%까지 올라섰다. 반면 아일랜드는 35% 수준인 한국보다도 월등히 낮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아일랜드에 80~90%를 유지하는 시멘트 공장이 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서쪽으로 60km 떨어진 웨스트미스 주 키네가드(kinnegad)에 위치한 브리든(Breedon) 키네가드 시멘트공장은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을 연료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브리든 키네가드 공장도 처음에는 쓰레기 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순환자원 활용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관련 인증서 획득에 노력하는 한편 환경관련 단체와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꾸준히 해오면서 사회적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다.

톰 맥 매너스(Tom Mc manus) 브리든 키네가드 시멘트 지속가능분야 담당은 "시멘트 제조과정에 발생하는 오염 배출에 대해 근심하는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우리는 환경기준 준수에 대한 외부단체 심사와 외부의 공장 견학 등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고 말했다.

브리든 키네가드는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2006년부터 지역주민을 불러 회의를 하고 영상을 제작했다. 회사가 하고 있는 일을 소식지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배포하기도 했다. 브리든 측이 배포한 뉴스레터에는 '채석장 확대 계획 허가 신청을 했다'거나 '채석장 폭파에 대한 영향' 등 시멘트사가 공개하기 힘든 내용들이 상세하게 실려 있었다. 지금도 2~3개월마다 주민들을 모아 타운홀 미팅을 열고 수시로 공장 견학을 진행하는 등 개방적인 운영을 유지 중이다.

브리든 측은 한국 기자단에게 채석장 폭파 장면도 공개했다.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약 230m 떨어진 조망대에서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콰광'하는 소음과 함께 6톤가량의 석회석이 희뿌연 연기를 내고 빙하처럼 떨어져 나왔다. 국내외 시멘트 회사가 석회석 발파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소성로(킬른)와 통제실 접근도 허용했다. 최대 2000도의 고온인 소성로 옆으로 놓인 작업도로를 통해 열기를 체험하고, 최신설비를 장착한 탄소저감장치에 대해 설명한 후 통제실에서 모든 상황을 모니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기자가 연료대체율 모니터 화면을 요청하자 '88%'라는 숫자를 보여주기도 했다.

브리든의 적극적인 소통 전략은 지역과의 갈등을 해소시켜주는 촉매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데클린 카(Declan car) 브리든 키네가드 공장장은 "과거와 달리 순환자원 재활용에 대한 민원은 거의 없다"며 "최근 추가 개발을 의미하는 광산 허가를 새로 받았음에도 한 건의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웃어보였다.

현장에는 '무재해(Zero Harm)'라고 적힌 깃발을 세우는 노동자 벽화가 공장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강조하는 브리든 정신을 드러내는 듯 했다.

2023-05-31T06:57:45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