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되나, 7년 전 이 장면

야당, ‘한경협’ 재가입 관련 4대 그룹 총수 국감 증인 신청

전경련 활동 않겠다던 약속 번복

정권 발맞춰 유착관계 복원 시도

회비 문제 등 공세적 질의 불가피

야당이 4대 그룹의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 문제로 해당 총수들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6년여 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열린 국회 청문회 자리처럼 총수들이 출석해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고 쩔쩔매는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어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10일 열릴 예정인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직무대행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산업부는 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과 단체 정관 개정을 허가한 주무관청이다.

이 의원은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에 대해 “국정농단 주도 세력인 4대 재벌 대기업의 전경련 재가입을 통한 정경유착 및 재벌특혜 시도 근절 촉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논의를 거쳐 증인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4대 그룹 총수들이 국회에 나올 경우 야당의 공세적인 질문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한경협 재가입 자체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총수들이 한 말을 180도 뒤집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12월6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적으로 저는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태경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에 기부금 내는 것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하라”고 하자 이 회장은 “그러겠다”고도 했다. 최태원 회장도 비슷한 취지로 수세적인 발언을 했다. 이후 4대 그룹은 한경협에서 줄줄이 탈퇴했고 해마다 기업별로 30억~40억원씩 내던 회비도 끊었다.

4대 그룹의 한경협 복귀는 정권 눈치 보기 성격이 짙다. 한경협은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김병준씨를 6개월짜리 회장직무대행에 앉혀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복원한 뒤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단체 행사를 주관했다. 그동안 “눈에 띄는 쇄신이 없으면 재가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4대 그룹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도 이 같은 흐름 변화를 읽고 취한 조치였다.

4대 그룹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증인 철회를 위해 사방으로 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에 나가면 향후 한경협 회비 납부 방침 같은 민감한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총수들의 출석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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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T13:03:29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