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울 때 시민들의 응원이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됐습니다. 이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지역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겠습니다"
부산시 공무원들로부터 역대 가장 존경받는 공무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병진(59)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26일, 28년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명예퇴직한다.
당초 그는 공무원의 한 사람일 뿐이라고 퇴임식을 별도로 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이 "퇴임식도 의미가 있으니 꼭 열자"고 제안해 직원들과 마지막으로 만났다.
이 부시장은 부산동고와 부산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지방고시 1기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부산시 유시티정보담당관 국제협력과장, 예산담당관, 대변인, 문화관광국장,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21년 1월 행정부시장으로 임명돼 2년간 시의 행정 업무 전반을 관장하고 조율하는 등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시장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공무원 성추문 사태로 갑작스레 사퇴하자 100일간 시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박형준 시장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도 한 달간 시장 직무대행을 맡는 등 2차례 시장 대행을 지내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부산시 하위직 공무원 여론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베스트 공무원'에 3번이나 선출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등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로 꼽힌다.
시 전반의 업무와 사정에 밝아 사업 추진과 조율, 위기관리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외유내강, 온화한 성품으로 시 안팎에서 큰 신뢰를 얻어왔다.
또, 이 부시장은 부산시 청렴공무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행정부시장 임명을 앞두고 정부의 고위공직자 신원조회 때 조회할 재산이 많지 않아 역대급으로 빨리 끝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퇴임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8년간 공직생활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어려울 때 시민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이 부시장은 시장 권한대행 당시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일을 꼽았다.
이 부시장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 필요성과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의 중요성 등 두가지에 대해 선상 브리핑을 가졌다. 부산의 절박함이 전달됐고, 지금 큰 무리 없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정부시장에 부임하자마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돼 임기의 절반을 민방위복을 입고 지냈다"며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로 전국 시도 중 부산시가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응했다고 자평한다"고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부시장의 퇴임은 부산시를 지탱하는 하나의 큰 대들보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후배 공무원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상황.
이 부시장은 후배들에게 '지속적인 소통'을 당부했다.
그는 "공무원들은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하는게 제일 중요하다"며 "소통과 공감으로 시작하고, 서로 이해해야 존중과 신뢰가 생긴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 지낸 2년 간을 공직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로 회상하며, 이제 다 털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시장은 "매일 일반직 공무원들이 퇴임하고 있고, 나라고 특별한 퇴임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퇴임식이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임하는 모든 공무원을 대신해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 "올해는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해인 만큼, 직원들에게 한마음으로 힘을 합치자고 말하고 싶다"며 "이제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두 자녀의 입학식과 졸업식을 단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그는 다음달 큰 딸의 대학 졸업식에 처음으로 참석하고,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올 것이라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 부시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부산지역 대학 강단에 올라 자신의 행정경험을 지역 청년들과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