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거래 끊긴 전세시장…수익 없어 투잡뛰는 중개사들

[서울=뉴스핌] 조민교 신도경 기자 = "수익이 없어 투잡을 뛴 지 4년 째다. 집세와 임대료 월세 모두 못 내고 있다"

서울 화곡동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요즘 많이 어려우시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해당 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모두 4명인데 A씨는 4명 모두 '투잡'을 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에서 화곡동이 특히 전세사기가 많다고 보도되는 바람에 수익이 80%이상 감소했다"며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 이곳에 산다고 말하는 것도 부끄럽다"고 했다.

31일 뉴스핌 취재진이 둘러본 화곡동과 신월동 근처 부동산중개업소의 사정은 모두 A씨와 비슷했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는 저렴한 신축 빌라가 모여있는 곳으로, 최근 전세사기 피의자들이 주 활동지라는 인식이 커진 곳이다.

중개사들은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화곡동 공인중개사 임모(50대) 씨는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 발길이 뚝 끊겨 소개도 잘 안 들어온다"고 했고, 신월동 공인중개사 김모(50대) 씨도 "작년 제작년과 비교하면 아예 거래가 끊겼다. 전세금을 빼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잠을 못자서 자다가 깨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화곡 7동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백민주(60) 씨 역시 "최근 전세를 찾는 손님은 아예 없다"며 "손님 자체가 안오고 광고 안하면 손님을 만날 수가 없다. 거래량은 옛날의 3분의 1밖에 안된다"고 했다.

실제 올해 전세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거래량은 3만6278건으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거래량이 적었다. 매매거래량 또한 6840건으로, 지난해(1만4175)와 비교해 51.7% 감소했다.

거래가 줄어드는 탓에 중개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공인중개사들은 폐업이나 휴업을 하거나 A씨와 같이 투잡을 뛰며 근근히 살아가는 실정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공인중개사 사무소 폐업·휴업 수는 모두 5321곳으로 신규 개업 업소(4969)보다 많았다.

일부 중개사는 중개사들을 나쁜 사람처럼 몰아가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화곡동에서 10년째 중개소를 운영하는 박모(30대) 씨는 "자기 자격증을 걸고 하는 사람들은 무서워서 (사기) 못 친다"라며 "지금 이 시장 바닥 생태계를 괴롭히는 것은 자격증을 대여 받고 영업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중개사 김씨 또한 "일부 몇몇 때문에 피해를 보는데 우리가 왜 피해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씨는 "구청에서 자격증을 대여한 이들을 상대로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엄한 중개사들만 때려잡고 있다"며 "관행대로 해오던 것에 대해 갑자기 공인중개사에게 과태료를 매기기도 한다. 마치 '너네가 전세 사기의 주범이니까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벌금을 때려야겠다'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과 관련해 공인중개사가 가담해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났다.

정부 또한 현재 전세사기 의심거래 공인중개사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7일부터 5월 19일까지 실시한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를 전날 발표했는데, 공인중개사 242명 중 99명(41%)의 위반행위 108건을 적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 의심거래 점검대상을 추가하고, 점검지역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2차 특별점검을 시행 중이며, 불법행위에 연루된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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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1T05:38:12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