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20CM 상처… 아이 마구 물어뜯은 ‘그 개’ 살아남았다

“강아지를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20㎝ 크기로 찢긴 (아이의) 목과 팔, 다리에 남은 상처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

 

31일 오전 울산지법 4층 405호 법정 앞. 검은색 반팔 차림의 40대 남성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옆에 선 여성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이들은 8살 A군의 부모다. A군은 지난해 7월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목줄 없이 어슬렁 거리던 개에게 습격을 당했다. 목과 팔, 다리 등을 물어뜯겨 온몸에 상처를 입었고, 피투성이 상태로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사고후 10개월. 법원에 견주가 죗값을 받으러 나왔다. 이날 사고견에 대한 처분도 확정됐다.

◆견주에 벌금 500만원, 사고견은 ‘몰수’...살처분 피해

 

70대 견주 B씨는 거동이 불편해 아내와 딸의 부축을 받으며 피고인석에 섰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 판사는 이날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압수품으로 분류된 사고견에 대해선 몰수명령을 했다. 살처분을 의미하는 압수품의 ‘폐기’가 아닌 ‘몰수’ 명령에 따라 사고견의 처분 권한은 검찰의 손으로 다시 넘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견의 향후 처리 여부에 대해 적절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사고견은 당장의 ‘살처분’은 면하게 됐다. 

 

한 판사는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육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점,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사고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으로 공개됐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군이 사고견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던 중 이내 물려 넘어졌고, 사고견은 2분 넘게 아이를 물었다. 현장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사고견을 아이에게서 떼어내 구출했다. A군의 가족은 (우리 아이의) 목을 자근자근 다 씹어놨다. 택배기사가 아니었으면 현장 즉사였다”고 말했다.

 

선고가 내려지자 A군의 부모는 고개를 저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은 했지만, 형이 너무 가볍네요. 적어도 사람을 죽일 뻔 한 개는 살처분하라고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피해 가족 “견주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적반하장 태도” 울분

 

법정 밖에서 만난 B씨에게 A군의 아버지는 “어떻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이 없느냐”고 항의했다. B씨와 그의 딸은 “보험으로 처리하겠다”며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A군의 부모는 “하도 B씨 측이 피해다녀서 치료비나 합의 문제는 말도 못 꺼내봤다. 지금도 개는 죄가 있지만,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적반하장인 태도여서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보며 우울해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A군의 엄마는 “누구나 살다보면 몸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고, 별 일이 아니라고 계속 위로하고 있다. 처음엔 (아이가) 자다가도 놀라 깰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사고견은 어떻게 처리가 될까. 사고견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포획했다. 경찰은 포획한 사고견을 폐기 처분(살처분)하도록 해달라고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보완사항에 대한 수사와 검토를 진행한 후 압수물 폐기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다시 지휘받기를 바란다’며 보완 수사 지휘를 했다.

 

검찰은 압수품인 개가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이 아닌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른 안락사 가능 여부 확인을 경찰에 전달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락사하려면 사고견 위험성을 진단하고 안락사를 실행할 수의사가 필요한데, 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수의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사고견은 포획 직후 유기견보호센터에 있다가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위탁된 상태다. 현재 충남 논산에 있는 단체 보호소에 머물고 있다. 살처분 보류 상태로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렸다.

◆사고견 ‘울산이’란 이름 얻고 동물단체가 보호 중

 

사고견은 진돗개의 유사견. 즉 믹스견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측은 ‘울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호 중이다. 사고견 임을 고려해 다른 보호견들과 별도로 분리해 울타리에 넣어 혼자 두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는 “사고견이 맞지만, 목줄 채워 키운 견주의 잘못이지, 개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폐기처분은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위험 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폐기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개가 사람을 물어 상해를 가할 경우 ‘물건’으로 간주해 견주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견 처분은 다른 문제다. 동물보호법엔 ‘맹견이 사람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는 경우 시·도지사 등이 맹견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고견이 핏불테리어 등 ‘법정 맹견’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진도 믹스견인 사고견은 법정 맹견도 아니다. 인명사고 사고견 처분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오는 2024년 4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 또한 법정 맹견이 아닌 경우에는 실제 인명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조치를 취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23-05-31T08:28:49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