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보다 높았던 정유정 사이코패스 진단 결과

온라인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20대의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지수가 사이코패스 간주 기준인 25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정유정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실시한 결과 사이코패스 지수가 28점대로 나타났다.

이는 2006~2008년 경기 서남부지역 등에서 부녀자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점수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20개 문항, 40점 만점으로 한국은 통상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사이코패스 진단은 점수 외에도 과거 행적과 성장 과정,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과거 범법 행위 등의 자료와 프로파일러 면접 결과 등을 근거로 임상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앞서 정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TV에서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보며 실제로 살인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며 범행을 자백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 보강 수사 차원에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이 범행 동기를 '살인 충동'이라고 진술하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2017년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도 결국은 살인이 해 보고 싶어서 했는데, 잔혹한 장면이 자주 나오는 영상에 심취해서 저지른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인공처럼 정유정도 비슷한 프로파일이라면, 이들이 생각하는 어떤 세계관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유정은 나름대로 자기가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잘 이해를 못 해서 그래서 이게 거짓말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범죄 직후에도 동요 없어…사이코패스 성향 의심보통 살인 등 중범죄 사건의 피의자는 당황하거나 불안한 태도·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정유정은 범행 이후 태연하게 길을 걷는 모습이 포착돼 사이코패스 성향일 것이라는 의심을 키운 바 있다.

앞서 KBS가 부산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정유정이 범행 직후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겼는데, 정유정은 공포심이나 죄의식 없이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구속 수감된 정유정은 유치장 안에서 하루 세끼를 모두 챙겨 먹거나 잠을 잘 자는 등 불안한 기색 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슬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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