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정신질환 걸리면…친구들 내게서 등 돌릴 것"

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절반 가량은 막상 스스로가 환자 당사자일 경우, 상당수 친구들이 자신을 외면할 거라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는 비율은 2년 전에 비해 10%p 가까이 올랐고, 심각한 스트레스나 지속적 우울감에 노출된 사례도 유사한 증가 폭을 보였다. 보건당국은 국민들이 정신질환을 조기에 인지하고 치료하기 위한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전 국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건강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 제공 등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해당 조사를 연구용역으로 수행 중이다. 조사도구 개선과 결과 검토의 목적으로 2022년부터는 격년으로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올 2월부터 5월까지 전국 15세 이상 69세 이하 일반 국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한 온라인 패널조사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정신건강 상태 △정신질환별 인식(Case Vignette) △정신건강기관 인지도 등 총 4개 분야에 대한 설문이 진행됐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제공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정신질환 이해도는 4.05점으로 2022년 대비 0.1점 올랐다. 2년 전보다 0.03점 떨어진 '부정적 인식'(3.12점)과 0.04점 오른 '수용도'(3.22점)도 모두 직전 조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국민의 90.5%(2022년 당시 83.2%)는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답변했고, '정신질환은 일종의 뇌기능 이상일 것'이란 항목에도 61.4%가 동의해 2년 전(49.3%) 대비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개인의 문제로 들어갔을 땐 '낙인 효과'가 아직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령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란 질문에는 과반(50.7%)이 '그렇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022년 대비 11.3%p 증가한 수치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란 생각도 더 강화됐다(2022년 64.0%→2024년 64.6%). 반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방법을 알고 있다'는 답변은 오히려 줄어들었다(2022년 27.9%→2024년 24.9%).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제공

평소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55.2%는 '좋다'고 자평했고, 전체 78.8%는 '평소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는 비율은 73.6%로, 2년 전(63.9%)에 비해 9.7%p나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36.0%→46.3%)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30.0%→40.2%) △인터넷·스마트폰 등 '기타 중독'(6.4%→18.4%) 모두 2년 전 조사보다 10%p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을 때, 도움을 요청한 대상으로는 '가족 및 친지'가 49.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신과 의사 또는 간호사'(44.2%), '친구 또는 이웃'(41.0%), '심리 또는 상담 전문가'(34.3%)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정신질환 사례별 인식'은 △주요 우울장애 △정신과적 증상이 불분명한 자살사고 △조현병 등 3가지 사례에 대해 1천 명씩 유의 할당한 후 조사가 이뤄졌다.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기본적 이해도는 높아진 데 반해 제시된 정신질환 사례를 정확하게 인식한 비율은 '주요 우울장애' 43.0%, '조현병' 39.9%로 다소 낮았다. 

 

특히 앞서 60%가 넘는 응답자가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과 바라본 것과 달리, '(제시된) 사례와 같은 정신질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답한 인원은 매우 적었다. △주요 우울장애 11.9% △자살사고 12.4% △조현병 31.9% 등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제공

한편, '정신건강 관련 기관 인지도' 항목에선 66.8%를 기록한 '국립정신건강센터'(1.2%p↑) 외 기관 및 상담전화 인지도가 모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2년 전보다 2.5%p 감소한 58.1%,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는 9.8%p 하락한 23.3%를 각각 기록했다.

 

곽영숙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본 조사를 통해 2022년보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률이 높아진 것과 달리,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방법을 아는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음이 드러났다"며 "정신건강 문제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의 상세 보고서와 과거 조사 결과보고서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공식 홈페이지(ncmh.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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