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타격하고, 내성 차단… 차세대 신약 플랫폼 전쟁

글로벌 제약업계가 플랫폼 기술 선점 전쟁을 벌어고 있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을 활용한 유방암 치료제인 엔허투,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대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약효 성분을 과거와 다르게 신약으로 개발한 이른바 ‘플랫폼’ 기술의 성과들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이 신약 개발 국가로 도약하려면 플랫폼 기술 연구개발(R&D) 분야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한국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경쟁해서 성공하려면,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분석을 통해 세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엔허투 성공에 mRNA 코로나19 백신까지

한국보건산업진흥은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바이오코리아 2024 스페셜 세션에서 신약 플랫폼 국내·외 동향을 소개한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 장제루 우시바이오로직스 부회장, 울프 베스케 밀테이니바이오텍 부사장, 미키 카사하라 로슈 디렉터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플랫폼은 다양한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 기술로, 약효 지속 시간이나 약물 전달 방법을 다르게 하는 방식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이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유전물질인 m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와 같은데, 이 백신을 투입하면 세포가 자체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단백질을 생산한다. 단백질 의약품을 외부에서 투여하지 않고 인체가 스스로 만들게 했다. mRNA 백신 원리가 증명된 지 20년 만에 신약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암 잡는 유도미사일 기술이라고 불리는 ADC도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항암제는 부작용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면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암세포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환자가 항암제의 부작용을 버텨낼 수 있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 문제를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ADC 기술이 가볍게 해결했다.

최근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만 골라서 녹이는 표적단백질 분해 기술을 활용한 ‘분해제-항체 접합체(DAC)’도 개발되고 있다. ADC가 ‘항체(미사일)’에 항암제(폭탄)를 연결해 암세포만 타격하는 유도미사일이라면, DAC는 폭탄 넣는 자리에 병을 일으키는 표적 단백질을 분해하는 약품을 붙인 형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오는 2028년 300억 달러(약 41조54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빅파마와 경쟁하려면 차별화 전략 필요”

국내에서도 동아에스티가 ADC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인 ‘앱티스’를 인수했고, HK이노엔은 동아에스티와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DAC 신약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2월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ADC 기술 3종에 대한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와 손잡고 ADC 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섰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미국 DAC 전문기업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전 세계가 플랫폼에 주목하는 것은, 불치병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임상시험 등록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을 보면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실시하는 ADC 신약 임상시험 600건 가운데 30여 건이 치료제가 없는 암종을 대상으로 한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새로운 신약 플랫폼이 성공한다는 것은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중 항체, 세포 유전자 치료제, 줄기세포 기술 등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허가된 세포유전자치료제 제품들은 바이러스벡터(AAV)와 CAR(키메릭 항원 수용체)-T세포 방식이다. 초고가 주사제로 유명한 졸겐스마가 AAV이고, 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가 CAR-T세포 치료제다. 큐로셀 김건수 대표는 “한국은 CAR-T세포 치료제 개발 초기 단계로,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려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 시장이 빠르게 바뀌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금까지 허가한 CAR-T세포 신약이 6개에 이른다. CAR T세포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늘어나면 환자 수도 늘어나고, 비용과 물류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CAR-T세포를 시술하는 병원에 현장 진료(POC) 제조를 허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는 것이 베스케 밀테니이바이오텍 부사장의 설명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청북도가 공동주최하는 바이오코리아는 올해로 19번째를 맞았다. 바이오코리아는 비즈니스 파트너링, 인베스트페어, 전시, 콘퍼런스 등으로 구성됐으며, 세계 각국의 투자자, 제약업계, 연구자들과 최신 이슈와 최첨단 기술을 공유한다.

2024-05-07T07:24:16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