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텍 '과학적으로 불가능... 질병 전파할 수 없는 수컷 모기만 살포'

브라질에서 숲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전염병인 뎅기열이 급속도로 확산하며 연간 감염자 수가 역대 최고를 경신한 가운데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이 후원하는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이 방사한 유전자변형 모기떼를 뎅기열 확산 주범으로 지목한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전문가들은 유전자변형 모기가 뎅기열 확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대변인은 AFP에 브라질에서 진행되는 옥시텍의 유전자변형 모기 방출을 후원을 한 적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장은 2월 26일 "빌 게이츠가 후원하는 유전자변형 모기 방사 후 브라질 뎅기열 환자 400% 급증"이라는 글귀와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됐다.

다음은 게시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유엔의 세계 모기 프로그램은 작년에 브라질에 유전자 편집 모기 수십억 마리를 발생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모기 프로그램은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일부 자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엔의 세계 모기 프로그램이 유전자 편집 모기 수백만 마리를 방출한 이후 2024년 브라질에서 뎅기열이 4배나 급증했습니다."

게시글에 공유된 The Rumor Mill News 기사에는 페이스북 게시글과 동일한 내용이 영문으로 쓰여 있고, 기사 전문은 미국에서 극우 음모론을 유포하며 수천억 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알렉스 존스(Alex Jones)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Infowars에서 볼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올 초 브라질에서는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인 뎅기열이 급속도로 확산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 당국은 올해 첫 5주간 39만 5000여 건뎅기열 의심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후로도 감염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2월 말 100만을 넘어섰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여기, 여기).

뎅기열은 고열과 심한 두통 등을 동반하며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 의해 전파된다 (아카이브링크). 

브라질 정부는 세계 최초로 공공보건시스템을 통해 뎅기열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등 확산세 줄이기에 나서는 한편 모기 매개수를 줄이기 위해 유전자변형 모기를 살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유사한 주장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 메신저앱 텔레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종토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등에도 게재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게이츠 재단

앞서 2018년 영국 바이오테크기업 옥시텍이 브라질 상파울루주에 유전자변형 모기떼를 방사해 질병을 옮기는 모기 수를 줄이는 실험을 한 적 있는데 그 결과 해당 지역에서 1년간 모기 개체 수가 확연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카이브 링크).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 모기로 전파되는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이집트숲모기를 살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옥시텍은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말라리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하지만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대변인은 3월 11일 AFP에 "본 재단은 브라질에서 진행되는 옥시텍의 이집트숲모기 방사와 관련된 어떠한 일도 후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재단 웹사이트에 게재된 정보에 따르면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은 2018년부터 5회에 걸쳐 옥시텍에 후원금 제공했는데 해당 자금은 아프리카 농업 발전과 말라리아 관련 연구에 사용된다고 나와 있으며 뎅기열 관련 후원 내역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카이브 링크).

재단 대변인은 "말라리아 종식이라는 목표에 자원과 전문성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전자변형 모기

유전자변형 모기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온라인상에 공유된 허위 주장과 관련해 조슈아 밴 랄트(Joshua Van Raalte) 옥시텍 대변인은 3월 7일 AFP와 서면인터뷰에서 "브라질에서 방사된 옥시텍 모기는 모두 수컷이라서 사람을 물 수도 없고 따라서 질병을 전파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옥시텍이 개발한 모기에는 "자가 제한 유전자"가 주입돼 있다. 이 유전자를 가진 모기가 짝짓기를 해 암컷 후손이 태어나면 자라서 번식하기 전에 죽음을 맞는다. 암컷만 사람을 물기 때문에 암컷 개체 수가 줄면 질병 전파도 감소하게 된다 (아카이브 링크).

밴 랄트 대변인은 "이 기술은 질병을 옮기는 암컷 이집트숲모기(뎅기열을 퍼뜨리는 모기)를 90 퍼센트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라고 설명했다. 

전염병 전문가인 미국 예일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알버트 코(Albert Ko) 교수 또한 3월 7일 AFP에 "이 벡터 컨트롤 개입이나 뎅기열 백신이 뎅기열 유행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유전자변형 모기떼를 방출하는 실험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윤리, 보안 및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했으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전자 조작이 생태계와 먹이사슬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옥시텍은 브라질 생물안전 규제기관인 CTNBio로부터 상업적 방사 허가를 받았다 (아카이브 링크). 미국에서도 플로리다캘리포니아에서 유전자변형 모기떼를 방출하는 실험을 통해 인간·환경 위험성 평가를 거친 후 미 환경보호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여기, 여기).

미국 CDC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10억 마리가 넘는 유전자변형 모기가 방사됐으며 브라질, 케이맨 제도, 파나마, 인도 등 일부 지역에서 이집트숲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아카이브 링크).

Infowars 기사

코 교수는 "옥시텍 개입 방식은 유전자변형 모기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기사는 유전자변형 모기가 아닌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를 언급한다"라며 "기사에서 사실을 혼동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월바키아는 곤충 세포 속에 사는 박테리아로 이에 감염된 모기는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 전염병을 전파하는 능력이 현저히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카이브 링크).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를 방생하는 방식은 World Mosquito Program에서 전염병 억제를 위해 사용됐는데, 월바키아 세균에 감염된 수컷 모기가 야생에서 암컷과 짝짓기를 해서 태어난 알은 부화되지 못한다.

AFP는 이 외에도  유전자변형 모기에 관한 허위 주장들을 검증해 왔다. 관련 기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03-29T08:11:01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