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배짱 운송거부… “레미콘 트럭 늘려야 해결”

레미콘 운송 기사들이 올해도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운송 거부에 나섰다. 수도권 레미콘 기사들이 1일부터 운송을 중단하면서 2일 레미콘 업체 A사는 출하량이 97%가량 감소해 사실상 공장이 셧다운 상태에 들어갔다. 수도권 내 건설 현장들도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해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기 소유 차량으로 레미콘 제조사와 공사장 사이를 운행하는 레미콘 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기사들은 레미콘 운송이 중단되면 건설 현장이 멈추는 점을 악용해 2년마다 운반비를 올려달라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레미콘 업계는 이런 병폐를 끊으려면 정부가 레미콘 믹서트럭 총량을 제한한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를 풀어 젊은 운송 기사들이 새로 유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 당국 “노조 아니다”에도 단체행동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수도권 전체 운송비 통합 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레미콘 기사는 총 1만1000명 규모이며, 이 가운데 8400여 명이 한국노총에 가입한 상태다. 레미콘운송노조 회원들은 개인 소유 레미콘 차량(믹서트럭)을 운행하는 개인사업자로, 레미콘 제조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레미콘을 운반한다. 레미콘 기사들은 “법적 지위는 개인사업자가 맞지만, 운반비를 임금처럼 받기 때문에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노조를 결성해 단체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노동 당국은 잇따라 레미콘운송노조의 노조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레미콘운송노조가 운반비 협상에 불응하는 경기도 내 레미콘 제조사를 상대로 낸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레미콘 기사들의 모임을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경기지방노동위는 레미콘 차주들이 1억5000만원 상당의 자기 차량을 소유하고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했으며, 대리 운송기사를 고용해 차량을 운행하거나 차량의 번호판과 권리금을 수천만원에 거래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이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노조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단체로 운송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예전처럼 레미콘 기사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도급계약 해지나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15년째 신규 진입 막혀… 레미콘 차량 늘려야”

레미콘업계에선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반복적인 운행 거부를 막으려면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레미콘 차량과 기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영세한 레미콘 트럭 차주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2009년부터 영업용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신규 공급이 막히자 협상력이 높아진 레미콘운송노조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빈번하게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7월에도 수도권 레미콘운송노조가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민노총 부산·울산·경남 레미콘지회가 파업을 벌여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잦은 불법 파업에 레미콘 운반비는 지난 5년간 1회당 4만45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56% 넘게 올랐다. 한 수도권 레미콘사 대표는 “대체 운송 수단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단체행동을 반복하면서 운반비가 급등해 가뜩이나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레미콘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며 “젊은 기사들이 현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증차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2024-07-02T16:08:54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