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열 정거장 걸어가요" 12년만에 멈춰선 서울 시내버스(종합)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환승센터가 텅 비었다. 나채영 수습기자

서울 시내버스가 12년 만에 멈춰섰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28일 오전 4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날 출근길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은 텅 비었고, 지하철역은 새벽부터 붐볐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환승센터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텅 빈 모습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는 '28일 시내버스 파업, 타 교통수단 이용 바람'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미처 파업 소식을 알지 못해 청량리역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미영(56)씨는 취재진이 전한 파업 소식에 "전면 파업인 줄은 몰랐다"면서 일행에게 "버스 안 다닌다고 한다. 우리 걸어가야겠다"며 열 정거장도 넘게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버스정류장에 붙은 시민 협조문. 주보배 수습기자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류장에는 '시내버스 파업으로 인해 운행 중단 및 배차간격 지연이 우려되므로 마을버스 및 지하철 이용을 권고 드린다'는 시민 협조문이 붙어있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버스 정류장 대신 지하철역으로 몰렸다. 이른 시간인데도 지하철역은 이미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가득 찼다.

 

시민들은 대체로 평소보다 빨리 집을 나섰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전날부터 버스 파업에 대비한 시민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연신내역에서 만난 김문석(64)씨는 "원래 서울 도봉구에 사는데 파업 떄문에 직장 근처인 불광동 부모님 댁으로 어제 왔다"며 "지하철은 잘 모르고 버스 타고 다니니까 어제 일단 왔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지하철역 구파발역사 안이 붐비는 모습. 주보배 수습기자

구파발역에서 만난 이선주(19)양은 "구파발역까지 버스 타면 5분도 안 걸리는데, 버스가 파업하니까 걸으면 15분은 걸려서 따릉이를 타고 왔다"며 "원래 지하철역까지 버스를 타면 편하게 오는데 버스가 없어져버리니 빈 공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민 60대 김모씨도 "원래 종로 1가 직장까지 741번 버스를 타는데, 어제 저녁에 파업 예고 소식을 듣고 지하철을 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평소보다 20분 빨리 나와서 지하철역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출근길에 불편을 겪으면서도, 대체로 버스 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한다며 응원했다.

노량진역에서 만난 심명서(24)씨는 "상도역에서 시청역까지 원래 500번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비상 재난 문자를 보고 (파업 사실을) 알았다"며 "버스를 타면 바로 한 번에 가는 건데, (지하철은) 갈아타야 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심씨는 또 "지하철로 가면 평소보다 30분 정도 더 늦을 예정이라, 출근이 좀 늦어질 것 같다"면서도 "버스 기사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 일반 국민들의 불편도 최소화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청량리역에서 만난 왕현식(34)씨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니까 (파업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면서도 "아무래도 임금 관련해서는 누구나 민감한 부분이니 당연히 (파업이) 이해는 간다. 서로 잘 합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55)씨도 "무릎이 안 좋아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지하철은 못 탔는데, 오늘 파업한다 해서 처음 (지하철을) 타는 것"이라면서도 "임금 인상을 두고 파업을 하는 것 같던데,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대화를 많이 하면 분명히 합의점은 나올 거고 빠른 타협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사 막판 협상 결렬…멈춰 선 7210대 버스

서울시 버스노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중앙노사교섭을 7차례, 사전 조정회의를 2차례 진행해 임금교섭을 진행해왔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그간 △인천 등 인근 시내버스 준공영제 지역보다 뒤처진 임금 수준의 개선 △호봉제도 개선 △정년 이후 촉탁 계약직에 대한 임금 차별 폐지 등을 요구해왔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으로, 노조는 12.7% 시급 인상을 요구해왔다. 다른 지역보다 생활비가 많이 필요한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데도 정작 인천 등 다른 수도권 버스기사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다 보니 인천·경기 지역으로 인력 유출이 심해지고, 그만큼 버스기사들의 업무량도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비교했을 때, 노조 측 요구사항이 과도하다고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6일 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재적 조합원 대비 88.5%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다.

 

이후 노사는 전날(27일) 오후 3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회의를 시작해 밤새 막판 조정에 나섰지만, 결국 이날 오전 2시 20분쯤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임함에 따라 전체 서울 시내버스(7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210대가 운행을 멈춘 상태다.

 

서울버스노조가 파업한 것은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20분간 부분 파업이 진행됐다.

 

서울시, 비상수송대책 가동…지하철 증편·연장·무료 셔틀버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지하철 승강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서울시는 노조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비상수송대책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먼저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혼잡시간과 심야운행 시간이 1시간씩 연장된다.

 

열차가 추가로 투입되는 지하철 혼잡시간은 출근시간대는 오전 7시부터 10시, 퇴근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9시로 조정된다. 막차시간도 새벽 2시까지 연장되면 지하철은 모두 202회 증편해 운행될 예정이다.

 

또 열차지연이나 혼잡이 발생할 경우 투입할 수 있는 비상대기 전동차도 14편성 준비하고, 잠실역과 사당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서울역, 강남역 등 혼잡도가 높은 주요 역사 17곳에는 질서유지 인력도 투입된다.

 

또 지하철 연계를 위한 무료 셔틀버스는 모두 119개 노선 480대가 투입돼 하루 4959차례 운행하게 된다. 무료서틀버스 또한 혼잡시간에 집중 투입해, 등하교와 출퇴근을 지원하게 된다.

 

시는 승용차 함께타기와 따릉이 이용에 대한 시민 안내를 추진하는 한편, 다산콜재단과 교통정보센터 토피스, 정류소 버스정보안내단말기 등을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업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시내 초중고등학교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 파업기간 중 등교와 출근시간을 1시간 조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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