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압사 참사'에 대해 알려진 사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에서 열린 힌두교 행사 중 발생한 압사 사고의 사망자 수가 121명으로 늘어나면서 10여 년 만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하트라스에서 열린 사탕(힌두 종교 축제) 현장에서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실제 신고한 참가자 규모의 세 배가 넘는 대규모 인원이 몰렸으며, 사상자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이 기소된 가운데, 이번 비극으로 인도 전역이 분노하고 있다. 미흡한 안전 관리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사고가 발생한 곳은 하트라스 풀라이 지역으로, 당시 ‘볼레 바바’라는 자칭 설교자의 종교 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당국은 이곳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제출한 첫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주최 측은 당초 참가자 규모를 8만 명으로 신고했으나, 실제 참가자는 약 25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행사가 마무리되고 설교자가 차를 타고 떠나려던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신도 수천 명이 설교자의 차량으로 달려가 존경의 표시로 길의 먼지를 줍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바닥에 앉아 있거나 쪼그리고 앉은 이들 중 몇몇이 깔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일부 시민들은 주변 진흙탕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주최 측이 저지해 결국 압사 사고를 피해 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주요 주최자로 알려진 남성을 비롯한 인물들을 과실치사 등의 다수의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 당일(2일) 현장의 끔찍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됐는데, 일부 영상엔 트럭, 툭툭이(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3륜 자동차), 오토바이 등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부상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는 병원 입구에 쌓인 시신들 사이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찾고자 소리를 지르며 절망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한편 우타르프라데시주 알리가흐 지역 출신 남성인 번티는 이번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었다며 망연자실했다.

번티는 2일 저녁 뉴스 보도 화면에서 병원 밖에 놓인 어머니의 시신을 봤다고 한다.

번티는 BBC 힌디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러나 병원에 찾아갔을 땐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이후 줄곧 어머니의 시신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참사로 28세 아내를 잃은 리테시 쿠마르는 자기 삶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토로했다.

쿠마르는 “내 가정이 파괴됐다. 정부는 우리가 정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레 바바'는 누구?

자칭 종교 지도자인 이 남성의 원래 이름은 ‘수라즈 팔’이지만, ‘나라얀 사카르 비슈와 하리’라는 세례명으로 스스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도들은 ‘볼레 바바’라고 부르는 이 남성은 하트라스에서 약 65km 떨어진 카스간즈 지역 바하두르푸르 출신이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고위 경찰 간부인 산제이 쿠마르는 BBC 힌디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볼레바바가 원래 순경이었으나, 형사 소송에 휘말리며 정직됐다고 했다.

이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복직했으나, 2022년 경찰직을 떠났다는 설명이다.

볼레 바바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쿠마르에 따르면 경찰직을 떠난 뒤부터 자신을 ‘볼레 바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볼레 바바는 SNS에서 크게 활동하고 있진 않지만, 하트라스와 인근 지역에선 수십만 명이 그의 신도임을 자처한다. 주로 흰옷을 차려입고 설교하는 그를 보고자 엄청난 군중이 몰리곤 한다.

한편 이번 참사 이후, 볼레 바바는 풀라이 마을에서 약 100km 떨어진 메인푸리에 자리한 자신의 아시람(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가흐 지역의 고위 경찰 관료인 살라브 마투르는 볼레 바바를 찾아 심문하고자 현재 수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볼레 바바는 이번 행사의 주요 주최사이기도 했던 ‘람 쿠티르 자선 신탁’이라는 단체의 운영자라고 한다.

‘사탕’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설교를 듣는 행사로, 엄청난 수의 여성 신도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여성 신도 중 하나인 곰티 데비 또한 볼레 바바를 깊게 믿는다고 했다. 데비는 볼레 바바가 “질병을 치료하고, 가정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일자리를 준다”고 믿기에 그의 사진이 담긴 목걸이를 차고 다닌다.

추가 보도: 아비셰크 마투르, 디네쉬 샤키야

2024-07-04T02:31:29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