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선임에 '선택과 집중'…IBK 측 사외이사와 '불편한 동거'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KT&G가 9년 만에 새 사장을 맞는다. 3연임을 한 최장수 사장 백복인 전 사장에 이어 내부 출신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사 자리에 올랐다. 다만 사측이 사외이사 후보로 밀었던 현 이사회 의장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는 낙마했다. 방 사장의 향후 경영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해 우호 지분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된다.

KT&G가 28일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내부 인사인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부터 3연임 한 백복인 전 사장 이후 9년 만에 새 얼굴이다. 이로써 KT&G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모두 내부 출신이 사장 자리에 앉게 됐다.

방 사장 선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최대 주주인 IBK기업은행과 행동주의펀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까지 방 사장 선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전 사장 선임 때와 달리 주주청구에 따라 '통합집중투표제'가 도입된 탓에 선임 절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도 일각에서 나왔다. 통합집중투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들은 1주당 2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지지하는 후보 1명에게 2표를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때 방 사장이 낙마해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방 사장은 의결권 있는 유효 주식 9129만여 주 가운데 8400만여 표를 받아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손동환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약 5660만표)와 KT&G 이사회가 추천한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약 2450만표)를 큰 표 차이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안정적 선임을 위해 임 후보의 표까지 방 사장에게 일정 부분 몰아준 것으로 분석된다. 방 사장은 단독 후보라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지만, 표 대결에서 고전하면 고전할수록 향후 경영 행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득표율 2위로 사장이 된다면 대내외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방향타를 잡게 됐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 있다.

방 사장 선임 저지에는 실패했지만 기업은행, 행동주의 펀드 등 반대 측도 손 사외이사가 이사회 입성에 성공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손 사외이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친 경제법, 공정거래, 상법 등의 전문가다. 향후 KT&G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핵심 인물이 될 전망이다.

방 사장은 "회사를 위해 CEO로서 헌신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신 주주들과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신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3대 핵심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그 성장의 과실을 공유함으로써,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단단한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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