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왼쪽)와 국회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 민주당은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검사 4명(강백신·엄희준·박상용·김영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연루된 대북송금·대장동 의혹을 수사한 검사가 포함됐다.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은 “억울하면 법사위에 나와서 전 국민 앞에서 소명하라”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법사위가 여권을 향한 거야(巨野)의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사문화됐던 법사위 조사권을 통해 여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체계·자구심사로 법안을 다듬는 법사위 본연의 기능은 명목일 뿐이고, 사실상 민주당의 수사기관으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여권 인사는 “법사위가 이재명 전 대표를 방어하는 로펌의 역할을 넘어, 이제 여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법적 효력이 있는 증언까지 수집하는 수사기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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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 동의의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의석의 절대다수를 점하고, 법사위원장까지 갖고 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특히,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법사위 조사권을 수사권마냥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사권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청문회를 생중계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환기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명 지도부가 강성인 정청래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일찌감치 내정한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말싸움에 능한 정 위원장을 앞세워 탄핵 여론을 키우겠단 의도”라고 말했다.
조사권 발동으로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이 위증하면 이를 법적 문제로 키울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달 21일 법사위에서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입법청문회를 열어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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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안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지난달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됐는데 7일 만인 지난달 25일 법사위에서 가결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법사위 회부부터 본회의 직회부까지 109일이 걸렸던 법안이다.
김경진 기자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은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이번 국회에서 새로 발의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달 11일 법사위에 회부된 지 10일 만인 21일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조진만(정치외교학과) 덕성여대 교수는 “최소한의 숙고와 협치조차 시도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법적 문제는 없다지만 도의적 책임은 정치인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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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에게 무제한토론을 종료할 것을 요청하자, 추경호(오른쪽)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왼쪽) 원내대표가 조용히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수(정치외교학과) 한양대 교수는 “법사위는 국민 편익을 위한 민생 법안을 심사해 법적 정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도구로 쓰이는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국회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수호 가치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국회 법사위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적지 않게 나왔다.
특히 21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10여 건을 발의했다. 체계·자구 심사권은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수정·보완하는 권한인데, 이를 통해 법안 통과의 길목을 지켜 법사위가 ‘국회 내 상원(上院)’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체계 자구 심사를 이유로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을 무기한 계류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달 24일 관훈클럼 초청 토론회에서 “(법사위에서 법안이) 마음에 안 들면 안 하고, 이렇게 되는 거 아니냐. 개선해야 하는 게 너무나 분명하다”고 했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도 이런 점을 “법사위의 월권행위”라고 지적하며 개정 필요성을 촉구했다.
21대 국회 때인 지난 1월 당시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작 법사위의 핵심 권한인 체계·자구 심사권에 대해서는 “심사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적 내용만 담겼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당연한 규정을 왜 법문에 명시하느냐. 사족에 불과하다”(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며 ‘맹탕 법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여야가 그나마 합의한 것도 국회 파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협상 카드였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를 독식한 후 입법 강행을 이어가다가 여론에 뭇매를 맞았고, 1년 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제안하면서 “법사위 상왕 기능 폐지에 착수하겠다”(윤호중 원내대표)고 개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법사위 권한 축소와 관련해 우 의장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법사위에 대해 어떻게든 갈등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 “국회개혁특위를 만들어 법제위와 사법위를 나누는 방법, 법제 기능을 각 상임위에 보내서 거기에서 하는 안, 국회의장 직속으로 각 상임위에 간사들을 모아서 법제 기능을 하는 안 등 법사위 개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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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T20:02:56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