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미디어 혁신… 해외OTT `최대수혜`

넷플릭스·아마존 등 시장 장악

국내 콘텐츠 제작에 악영향 줘

"방발기금 주체 확대해야" 지적

정치 갈등으로 인해 방송·미디어 혁신이 방치된 가운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관리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글로벌 OTT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생태계도 장악한 상황에서 이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CT 업계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들이 내는 방발기금을 글로벌 OTT도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콘텐츠 생산을 미국 외에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자금력을 앞세운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선두 자리에 올랐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구독형 주문형 비디오(SVOD) 플랫폼 출시에 따라 올 1분기 전세계 전체 SVOD 수수료의 절반 이상인 5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 1분기 서유럽에서 벌어들인 넷플릭스의 수수료가 처음으로 북미 수수료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태국, 인도 등에서 인기 콘텐츠 제작이 이어지면서 아태지역 타이틀도 크게 늘었다. 특히 인도, 태국 등 인구가 많은 국가를 겨냥해 가입자 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해외 콘텐츠 제작에 공들이는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면서 가입자 확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전세계 시청시간 1위, 역대 시청 수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로 전락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 영향으로 국내 콘텐츠 제작 단가가 최고 100배 수준까지 치솟아 되레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이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도 방송사와 유사하게 방송·미디어 생태계의 일원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4월 '온라인 스트리밍법'으로 불리는 방송법 개정법안이 캐나다 총독의 재가로 제정됐다. 이는 1991년 이후 첫 방송법 개정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방송법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해외 OTT 사업자들도 기존 방송사와 같은 기준으로 캐나다 콘텐츠 제작, 투자, 홍보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 프랑스는 영상물지원기금(FSA)을 조성해 영화 지원이나 영상물 지원, 서비스 지원 등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는데, OTT 매출액의 2%를 비디오세로 부과해 영상물지원기금으로 쓴다.

미디어 환경이 급속도로 변했지만 우리나라의 방송·미디어 정책은 지난 2000년 제정된 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방송법에 묶여 있다. 유료방송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지상파 중심의 현행법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미디어 혁신이 여야 정쟁으로 방치되면서 OTT만 편안하게 '무혈 입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차기 방통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또한 1순위 해결과제로 '공영방송 개혁'을 짚으면서 당장 업계의 시급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는 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 방통위원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지만, 야권 반발이 청문회부터 추후 인선 과정에 잡음이 예상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방송시장의 격변 흐름에 맞춰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방발기금은 전년 대비 15.4% 줄어든 1조2527억원으로 예상된다. 방발기금은 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할당대가와 IPTV를 비롯한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분담금으로 이뤄져 있다. 통신사들이 내는 주파수 할당대가는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에 55%,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에 45%씩 분배된다. 국내 콘텐츠 환경 등에 쓰는 방발기금을 부담하는 주체를 글로벌 OTT와 플랫폼 사업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료방송뿐 아니라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도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글로벌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균형 있게 견제해야 하는데 현재 법은 기존 방송사업자만 규제 대상으로 하고, 정작 훨씬 영향력이 큰 사업자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email protected]

2024-07-04T08:02:13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