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유력' 이진숙은 누구인가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사퇴한 자리를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이 채울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사장은 MBC 재직 당시 세월호 보도 참사, 민영화 밀실추진, 노조 불법사찰 등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좌파 미디어카르텔'을 혁파할 전사라고 강조한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교체 시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전 사장이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다면, 윤석열 정권의 MBC 장악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명간 후임 방통위원장을 지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 전 사장을 포함해 복수의 인사를 대상으로 후보 리스트를 작성 중"이라며 "인사 검증 절차까지 포함해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2인 체제' 의결 등으로 탄핵소추 위기에 직면하자 방통위 업무마비를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김 전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수행한 업무는 방문진 등 공영방송 3사 이사 선임 계획 안건 의결이었다. 

이 전 사장은 1987년 MBC 보도국에 입사해 국제부장, 워싱턴특파원, 기획조정실 정책협력부장, 기획홍보본부장, 보도본부장, 대전MBC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김재철 MBC 사장이 언론·노조탄압 논란을 빚을 때 홍보국장·기획홍보본부장을 지내며 사측을 대변했다. 2018년 해임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전MBC 사장에서 사임, 2019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총선에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2021년 윤석열 대선캠프 특보 대변인, 2022년 대구시장 출마(경선 컷오프)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방통위설치법은 방송·방통위 독립을 위해 위원 결격사유로 정당의 당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등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이 전 사장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추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를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으면서 이 전 사장의 방통위원 추천 절차가 중단됐다. 방통위원 추천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요한다.  

"MBC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 

이 전 사장은 MBC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로 비판 받았다. 이진숙 보도본부장 시절 MBC는 '전원 구조' 오보를 내고, 세월호 승객의 보험금을 계산하고, '세월호 유족들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불러일으켰다'고 유족을 폄훼했다. 

당시 이 전 사장은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방문진의 지적에 "권력을 비판해야 공정보도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무슨 일만 생기면 기관이나 정부에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된 것이다. 정정보도, 반론보도 청구가 없었으니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한 달 동안 MBC의 정부 비판 보도(23건)는 KBS(68건)·SBS(66건)의 30% 수준이었다. (관련기사▶자화자찬 MBC, "세월호 보도 우리가 제일 잘했다")

2016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는 이 전 사장을 '전원 구조 오보 및 유가족 폄훼 보도' 책임자로 지목했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들은 이 전 사장에게 동행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대전MBC를 방문했으나, 이 전 사장은 조사관의 출입을 막고 자취를 감춰 논란을 빚었다. 

동행명령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세월호 특조위 출석 요구에 2회 이상 응하지 않아 발부됐다. 이에 MBC는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요구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비상식적인 조사"라며 공식적으로 조사 거부 입장을 밝혔다. 2019년 9월 4·16연대는 '세월호 보도참사 책임자처벌 언론 대상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 전 사장에 대해 "참사 당시 MBC 보도본부장으로 참사 관련 은폐·축소 보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MBC 민영화 밀실 추진

이 전 사장은 2012년 10월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의 비밀회동에서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등 언론사 지분을 매각, 그 대금을 반값등록금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논의를 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비밀회동 대화록'에 따르면,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이었던 이 전 사장은 "이게 굉장히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그림은 좀 괜찮게 보일 필요는 있다"고 했고, 최 이사장은 "(MBC) 지분 30%를 정리해 다음 정부에서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설치해서 학생을 돕는 게 낫지 않으냐"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은 "주식시장에 MBC 문화방송을 상장하면서 그때 자연스럽게 상장 물량으로 정수장학회 지분 30%를 주식시장에 내놔, 처분하면 그것이 가장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MBC 기업가치를 1차적으로 한번 산정해보니까 2조원 정도 나오는데, 현재 (MBC 지분의) 70%를 방문진이, 30%를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30%는 상장 물량으로 내놓는다고 전제하고, 그 다음에 추가로 4000억원 정도를 신주로 발행하는 것"이라고 지분 처분 방안을 보고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MB정권 국정원의 시나리오대로 공영방송 MBC를 정권에 갖다 바치기 위해 은밀하게 ‘민영화’를 거래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2010년 3월 2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은 3단계에 걸쳐 MBC를 와해하려는 세부 계획이 담겨있다. ①간부진에 대한 인적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 ②노조 무력화 ③MBC 민영화(KBS 2TV 민영화는 장기과제로 이관) 등이다. 문건에 MBC 민영화 시기는 '2013년 이후'로 적시됐다. 1안, 2안 등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도 기재됐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 국정원 수사팀은 해당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다. 

이 전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공영방송 최소화', 즉 민영화 방침을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없다"며 "자유로운 정보소통을 위해서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말하자면 민영화, 표현은 좋다고 보지 않지만 정보시장의 유통도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 민영화의 근거로 '노영방송' '편파보도'를 들었다. 이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으로서 본원적인 부여된 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면 그것(다공영체제)도 좋다고 보지만 흔히 밖에서 '노영방송'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지금 공영방송이라는 명분을 걸고 '우리 건들지 마라' '우리가 알아서 무조건 하겠다' 그러면서 편파적인 뉴스를 내보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노조 불법사찰' 연루자

이 전 사장이 기획홍보본부장이던 2012년 MBC는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직원 동의 없이 설치했다. 직원들의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회사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트로이컷' 설치는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가 170일 파업을 진행하는 동안 이뤄졌다.

대법원에서 MBC가 '트로이컷' 설치로 언론노조 MBC본부 간부의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확정됐다. 강지웅 전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처장, 이용마 전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 등이 사찰 대상이었다. 대법원은 이 전 사장을 비롯해 MBC 김재철 전 사장, 안광환 전 사장, 조규승 전 경영지원본부장, 임진택 전 감사, 차재실 전 정보시스템팀장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MBC 전임 경영진의 경우 프로그램의 불법성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게 사법부 판결이다. 

사법부가 인정한 MBC '트로이컷'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차재실은 주식회사 MBC의 전산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정보콘텐츠실장으로 근무했다. 차재실은 2012. 5. 18.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본사 9층 정보콘텐츠실에 있는 관제 서버에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MBC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컴퓨터에 ‘트로이컷’ 프로그램이 설치되도록 했다.

 

‘트로이컷’ 프로그램은 ㈜트루컷시큐리티에서 제작한 보안프로그램으로 정보유출 차단, 탐지 기능뿐만 아니라, 회사 컴퓨터 사용자가 외부로 전송한 파일이 해당 회사의 중앙 서버에 저장되게 하는 이른바 ‘로깅’ 기능도 있다.

 

차재실은 2012. 6. 7.경부터 2012. 8. 23.경까지 이와 같이 설치된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직원인 피해자 강지웅이 회사 컴퓨터로 발송한 ‘6월 9일 F’이란 제목의 파일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것과 같이 B 임직원들의 이메일, 첨부 문건 등 525개의 파일을 MBC 관제 서버에 저장되게 한 후 이를 열람함으로써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했다.

대전MBC '방송 사유화' 논란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대전MBC지부)가 이 전 사장 재임 시절인 2015~2017년 대전MBC 보도를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태 촛불집회 지연·축소 보도 ▲이진숙 사장 친분관계에 의한 보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대전MBC지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대전MBC가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지역 촛불집회를 지연 보도하거나 축소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민실위는 대전MBC는 대전에서 열린 첫 대규모 촛불집회를 타 방송사(KBS대전, TJB)보다 하루 늦게 지연 보도했으며, 주말 촛불집회 예고 기사를 삭제했다가 뒤늦게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대전MBC 데스크가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교생 인터뷰를 제외하도록 지시했으며 지역 일정에는 없는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 기사에 포함시키도록 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실위는 대전MBC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보도국장이 이라크 외무장관을 직접 만나 대담을 진행하고, 2016년 이 전 사장은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지역성과 관련 없는 중동뉴스가 집중적으로 취재·보도됐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또 이 전 사장 개인의 친분관계에 의한 인터뷰어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서울·부산에서 열리는 아랍문화제가 문화계 소식으로 보도됐다며 '대전MBC가 알자지라 방송 대전지시가 됐다'는 한탄이 내부에서 나온다고 했다. 민실위는 이 전 사장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것이 두 차례에 걸쳐 뉴스로 보도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좌편향 언론 바로잡으로면 전사(戰士)들 대우해야"

이 전 사장은 지난 2022년 10월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저야 MBC와 관련이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언론환경을 보면 너무 심할 정도로 정치적 이념 편향성이 좌파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이것을 어떻게든 시정하고 고쳐야만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가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항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좌파는 도덕적으로 큰 결함이 드러나도 절대 꿈쩍도 안하고 사과도 안 한다. 반면 우파는 그렇지 않다"라며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 특보에서 해촉된 일을 거론했다. 

이 전 사장은 "언론노조 측에서 제가 특보된 것에 대해 반대 성명을 냈는데 그러자마자 그 다음날 제가 해촉이 되고 말았다"며 "좌파에 맞서 싸우는 상황에서 이렇게 쉽게 물러나면 안 된다. 그런데 저들 한마디에 저처럼 홀홀단신으로 전사처럼 싸운 사람을 물러나게 해서야 앞으로 누가 앞장서서 좌파 언론노조와 민노총에 맞서 싸울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 전 사장은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직에서 일주일만에 해촉됐다. 당시 이 전 사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언론노조의 사퇴 요구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대선 후보의 캠프 인사도 좌지우지하겠다는 행태"라며 "유력한 대선주자의 캠프 인사에도 개입하겠다는 데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썼다.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장제원 전 의원은 "특보로서 후보 생각과는 다른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 해촉을 결정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MBC를 민노총 방송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노조원이어서는 안 되는 회사 측 인사 상당수가 민노총 계열에 소속돼 있다"며 "보도국 정치국제에디터, 사회에디터, 경제산업에디터, 탐사기획에디터, 디지털뉴스에디터 등 보도 부문 간부도 대부분 그렇다. 한마디로 데스킹을 노조가 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 전 사장은 또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여론이 중요한데, 지금은 좌편향된 언론이 이를 왜곡, 조작, 호도하며 건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좌파 미디어카르텔은 상당히 공고히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 전 사장은 "민주당이 성명을 내면 《한겨레》《경향신문》《미디어오늘》《미디어스》《기자협회보》《PD저널》《민중의소리》《프레시안》《오마이뉴스》 등이 받아 쓴다"며 "여기다 김어준, 주진우, 신장식이 유튜브에서 말을 보태주면 그게 여론이 된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다시 받아 '지금 여론이 이렇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사장은 자신의 '종군기자' 타이틀에 대해 "제 정체성을 얘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사람은 뭐든 할 수 있겠구나, 하지 않겠나. 목숨까지 걸어봤는데, 제가 못 할 일이 있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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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T00:19:58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