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1등” 선언 5년...이재용 ‘파운드리 동맹’ 총력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칼 람프레히트(왼쪽) 자이스 그룹 CEO, 안드레아스 페허 자이스 SMT CEO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이재용 회장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왼쪽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에서 크리스토퍼 푸케(왼쪽) ASML 신임 CEO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4월 30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각오를 이 같이 밝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반도체 업계는 무섭게 팽창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둘러싸고 격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오는 30일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선언 5주년을 앞두고 이 회장이 향한 곳도 첨단 반도체 장비·기술 기업들이 있는 유럽이었다. 최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회동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을 두고 파운드리 동맹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독일서 ASML·자이스와 ‘삼각동맹’ 다져=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 및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자이스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이 자리에는 파운드리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의 크리스토퍼 푸케 신임 CEO도 함께 했다.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그는 이 회장과 포옹과 함께 인사를 나눴다.

자이스는 극자외선(EUV)으로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촘촘하게 그리는 초미세공정에서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광학기업이다. EUV는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아 회로를 더욱 미세하게 그리는 데 활용된다.

ASML의 EUV 장비가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장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회사가 바로 자이스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만 3만개 이상에 달한다. 이 회장은 이번 독일 출장에서 ASML은 물론 ASML의 핵심 파트너인 자이스까지 한꺼번에 만나 기술협력 의지를 다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자이스와 극자외선(EUV)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이스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차세대 반도체 성능 개선 ▷생산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을 달성해 메모리 사업은 물론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해 10나노급 6세대 D램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자이스가 2026년 한국에 480억원 규모의 R&D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향후 양사의 전략적 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실적 개선세...초미세공정 경쟁 격화=이 회장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고 발표한 지 꼭 5년이 되는 오는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투자업계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이 올 1분기 5000억~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흑자 전환은 못했지만 전 분기 1조원 넘는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다. 일각에서는 올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5년 전 이 회장이 선언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파운드리 1위 TSMC를 따라잡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원조강자’ 인텔까지 삼성을 잡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초격차 기술력을 선보이며 메모리 실적 방어는 가시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파운드리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고, 파운드리 업황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투자 타이밍을 신중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삼성전자로선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TSMC는 2026년 하반기부터 1.6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기존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계획만 밝혔는데 중간 단계를 추가한 것이다.

인텔은 최근 ASML의 차세대 EUV 노광장비인 ‘하이 NA’를 가장 먼저 설치하고 2나노 이하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연말부터 1.8나노 공정 양산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 시작이라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초미세 공정을 둘러싸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자이스 같은 전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력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 회장의 이번 글로벌 행보 역시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 TSMC 역전을 노리고 있다. TSMC에 뒤진 수율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반도체 공장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김현일·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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