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NO 현금만 받아요" 카드 안된다는 농협

대구시내 농협은행의 한 365일 창구. 이재기 기자

농협중앙회 소속기관인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이 대출보증서를 발급해주는 대가인 '보증수수료'를 현금으로만 받고 있어 농수산업자나 기업인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농신보 이용자들은 나라 세금도 카드로 내는데 카드결제가 안된다니 소비자는 안중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은 보증수수료를 농협금융에 개설된 은행계좌를 통해 현금으로만 받고 있다. 농신보는 업무를 시작한 이래 카드결제 제도를 도입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신보의 한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금 결제를 왜 막고 있느냐'는 내용의 질문에 대해 "(우리가)막고 있는게 아니라 아직 제도를 도입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고 답했다.

 

실제 농신보의 보증서가 발급되는 현장인 농협금융창구에서는 보증료 지급방법을 놓고 불만을 제기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농업법인을 운영하는 K씨는 24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5월 대구지역 한 농협금융지점에 방문해 보증서를 발급받고 200여만원의 보증수수료를 납부하기 위해 카드를 꺼냈는데 농협계좌로 현금을 입금해 주세요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다른 방법이 없어 결국 계좌로 돈을 부쳤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세상에 카드결제가 안되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반문했더니 '보증료를 카드로 내는 데가 있느냐'고 되물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농신보 보증을 이용해 돈을 빌리는 경우 전국 동일하게 보증료는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농신보 측 말처럼 농신보 업무규정에는 카드결제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각종 전자결제수단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온라인 거래가 일상생활이 되면서 현금 보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는데도 현금결제 방식만을 유지해 온 농신보는 변화에 둔감한 한국금융권의 외딴섬과도 같은 조직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이미 보증료를 카드결제로도 받고 있고, 심지어 나라 세금을 걷는 국세청에서도 2008년(10월 1일)부터 국세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시행 중이다.

 

결제제도 혁신을 업무에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한 푼이 아쉬운 기업 입장에서는 수백만원에 불과한 돈이라도 현금으로 내는 게 커다란 부담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농신보의 카드결제 외면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횡포로 느껴진다.

 

농업법인 대표 K씨는 "(보증료가)수백만원 밖에 안되는데 부담이냐고 묻지만, 기업이 무너지고 힘들 때는 단돈 1원이 아쉽다. 그돈이 없어 무너지는 것이다. 거꾸로 금융기관에서 1원이 부족한 걸 이해해주나 절대로 해주지 않는다. 연체라고 그런다"고 지적했다.

 

신용보증기금 한 관계자도 "보증업무를 취급하다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백만원은 상당히 큰돈이란 걸 느낄 때가 많다"며 "카드결제 도입에는 당연히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고려도 있다"고 말했다.

 

농신보 관계자는 "처음부터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유사기관이(신보)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도입에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가야한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농민을 위한 조직이란 이유로 각종 특혜를 받는 농협이 정작 소비자에게는 불합리와 갑질에 가까운 제도와 관행을 강제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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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T20:10:00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