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저세상 밸류에이션”… 에코프로비엠 수익 내는 건 기관도 어렵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지난 1년간 추락하면서 지난해 주가가 한창 오를 당시 전환사채(CB)에 투자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1차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그냥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차전지 소재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해 7월 고점 대비 60% 떨어진 상태다.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7월 44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5년 만기 사모 CB의 주식 전환 청구 기간이 이달 24일 시작된다. 당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SKS프라이빗에쿼티, 프리미어파트너스, 신한투자증권, 이음프라이빗에쿼티,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등 기관 투자자가 대거 투자했다. 현재 주가는 주식 전환 가격보다 낮아 이들이 당장 주식으로 전환할 이점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말 에코프로비엠 이사회가 CB 발행을 결의했을 때 주식 전환가액은 27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당시는 이차전지 대세장이 펼쳐지며 연초 10만 원 미만이던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던 때였다. 그해 7월 25일엔 종가 46만2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그 후 주가는 과열 경고 속에 내리막을 탔다.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은 올해 2월 말 24만7896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3일 주가는 19만1000원(종가)으로 전환가액보다 낮다. 첫 조정일로부터 매 6개월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데, 최저 조정가액은 20만6250원이다.

다만 일부 CB 투자자는 투자금 회수가 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투자 당시 에코프로 열풍이 무척 뜨거웠기에 자산 일부를 편입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손실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해당 CB는 만기일까지 보유하면 원금의 110.40808%를 받게 된다. 만기 전이라도 발행일로부터 3년 후부터 풋옵션(조기 상환 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개인 투자자 상당수도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3일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투자자 2만8827명의 평균 매수 단가는 26만2612원이다. 평균 27% 손실을 본 셈이다.

에코프로비엠 실적 전망치는 낮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매출이 5조 원 안팎으로, 지난해(6조9000억 원)보다 큰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해 양극재 공급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유럽연합(EU) 주요국은 이미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EU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도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최근 확정된 연비 규제가 초안보다 대폭 완화됐다. 주 고객사인 삼성SDI가 합작법인과 자회사를 통해 양극재 자체 조달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도 실적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선 에코프로비엠의 기업가치가 여전히 고평가됐다고 평가한다. 국내 증시에서 드물게 다수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상태다.

지난달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변경한 국내 증권사 두 곳 모두 목표주가를 더 낮춰잡았다. 이 중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의견을 리듀스(매도)로 유지하고 목표가를 15만 원으로 낮췄다. 5월 17일 제시한 목표가(20만 원) 아래로 주가가 내려가자 25% 더 내린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치부 말고 정책 후퇴 직시해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방산업 전망이 후퇴하고 있는데 한국의 양극재와 일부 소재업체들은 세상에 없는 밸류에이션(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가는 EU와 미국의 전기차 정책 지원이 계속 강화될 거란 2년 전 가정에 기반했기 때문에 전기차 정책이 후퇴한 현시점에선 과한 수준이란 것이다.

2024-07-04T01:11:30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