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25·끝)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어느덧 역경의 열매 연재가 마무리됐다. 신문 마감 시간에 쫓기며 지면을 채우는 분들의 삶이 얼마나 피 마르는지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50세 넘어 애터미를 창업한 나는 아직도 현역으로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업무량이 만만치가 않다. 애터미에서는 세계적으로 매일 평균 8만~10만 박스의 택배가 배달된다. 하루 평균 70억~80억원의 매출이 일어난다. 한 달에 평균 200대의 컨테이너가 수출된다. 국내에서만 연간 100회 정도 세미나가 개최된다. 이렇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사의 일선 경영자가 글 쓸 시간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차 안에서, 또는 새벽에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우직한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좋은 뜻으로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아집이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성품을 가진 사람이 나만의 생각, 과거의 추억들을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공개한다는 게 여간 마뜩잖아서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대한민국에서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출신 지역이나 종교를 밝힌다고 위협받지는 않지만 정치적으로는 더 성숙해야 할 여지가 있는 사회이다. 나는 어디서든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을 밝히고 토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만 하더라도 기업인들은 지지 정당을 공공연히 밝히는 경우가 많다. 교회나 동창회, 취미 모임에서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의견이 모이고 조정돼 정치인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즉 민의 상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치토론을 통해 민의를 모으고 협의할 수 있는 토의 과정이 부족하다 보니 정치인들이 자가발전시키면서 만드는 포플리즘에 여론이 좌우되기도 한다. 정치는 말로 하는 전쟁이다. 말로 하는 전쟁 가운데 가장 평화적인 것이 토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토론을 찾기 힘들다. 특히 정치에서는 독설과 비난이 대부분이다. 모두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더 발전하면 내 편은 다 옳고 상대편은 다 나쁘다는 식이 된다. 논쟁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전쟁보다 더한 ‘승리에의 욕구’에 매몰돼 상대를 무력화시킬 방법만 생각한다. 이제라도 초등교육부터 자연스럽게 토론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내 강한 성격 때문에 주변에서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역경의 열매가 한 편씩 이어질 때마다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 연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 15:10)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고등학교 시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에게 주님께서 따뜻한 사랑의 빛으로 찾아오셨던 날을 기억한다. 그 빛을 따라 걸어온 삶의 여정을 이번 기회에 되돌아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때로는 고난과 아픔이 있었지만 나를 자고(自高)하지 않게 하시는 주님의 회초리였음을 고백한다. 내가 좋아하는 찬양곡이 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나의 가는 이 길 끝에서 나는 주님을 보리라)이다. 남은 삶이 주님과 만나는 그날의 영광에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날을 상상할 때마다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정리=윤중식 기자 [email protected]

2024-03-28T18:09:51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