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생각" 이제훈, '58KG' 뼈말라 감량→관절 내던졌다 [그냥 '탈주'해①]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배우 이제훈, 후회 없는 '탈주'를 찍었다. 

3일 개봉한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다.

이제훈은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말년 중사 규남으로 분해 북한군 앞에서 목숨을 건 연기를 펼치고, 늪에 빠지고, 지뢰밭을 구른다. 영화를 보다보면 저절로 그의 관절을 걱정하게 된다.

그는 후회없는 전력질주를 했다고 자신했다. 이제훈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촬영을 마치고 나면 지쳐서 바닥에 쓰러져서 있었던 순간이 많았다. 해가 지는 타이밍에 산에서 달리는 신을 찍을 때가 있었는데, 규남이 원하는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 숨이 멎는 것 같은 순간까지 뛰어보고 싶은 욕망이 들더라. 그래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후회 없이 하고픈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종필 감독 또한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훈이 안쓰러웠다며 "(이제훈이) 정말 죽어라 뛰더라. '죽어라 뛰었는데 뛰는 자세가 죽어라 뛴 것처럼 안 나온다' 해서 다시 뛰곤 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촬영을 앞두고 '오늘은 이런 신을 찍는데 이런 것을 강조해줬으면 좋겠다'는 메모를 주고 받으면 항상 이제훈은 '해볼게요'라고 하더라. 늘 그렇게 답이 똑같았다. 그리고 해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훈은 달리기만 한 게 아니다. 실감나는 북한군 연기를 위해 58kg까지 체지방을 감량하며 비현실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이제훈은 "(규남의 몸이) '마른 장작'같은 사람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3개월 반에서 넉 달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먹었던 것에 대한 제한을 강하게 두면서 몸을 만들어갔다"고 고백했다. 

밥차를 외면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최소한의 에너지는 써야하니 단백질은 섭취해야 되겠다 싶어 단백질 셰이크를 달고 살았다. 앞으로는 그렇게 못하겠다. 이런 고생스러운 작품을 또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물으신다면, 이제 답을 쉽게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해 고된 '탈주' 준비 과정을 짐작케 했다. 

'탈주' 속 상의 탈의를 한 이제훈은 정말 안쓰럽고 처연하고 실제로 어딘가에서 탈주를 꿈꾸고 있을 것만 같이 비춰진다. 그의 노출신은 짧지만 강렬했고, 그만큼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이 감독은 이제훈의 탈의 신이 팬서비스 같은 장면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그 상황에서 규남의 발가벗겨진 기분이 보여지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인간의 나체가 드러났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실루엣은 그만큼 중요했고, 또 해냈다.

죽을만큼 한계를 돌파했던 이제훈은 정말 죽을 고비를 넘긴 후 '탈주'로 관객을 만나기에 더욱 뜻깊다.

지난해 10월, 이제훈은 허혈성대장염(대장의 혈류 감소로 인해 대장 조직의 염증과 괴사가 일어나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긴급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제훈은 당시를 회상하며 "어떻게 보면 여기서 제가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고 운을 뗐다.

너무 고통스러운 탓에 진통제를 치사량까지 맞았다는 그는 "수술을 결정 후 사망 동의서에 사인을 하는데 '진짜 죽을 수 있겠구나'하며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내가 '탈주'를 찍었었고, (유)해진이 형과 '모럴 해저드'를 찍었고, '수사반장 1958'을 찍고 있는데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건가. 그럼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하지 등의 생각을 하고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살았더라"고 얘기했다.

수술 이후 인생을 후회없이 살고 있었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는 이제훈은 아픈 후에야 몸소 '탈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느꼈다. 

그는 "너무 억울하다. 열심히 살았는데 즐기지 못하고 살았다' 싶어서 '이제 인생 마음대로 살거야'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여전히 작품에 열중인 자신의 근황에 "글렀구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탈주' 속 이제훈은 정말 후회없이 자신의 선택을 해보고 싶은 청년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태어나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을 하는 순간이 제대로 담겨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내 선택에 의해 죽는 것이 낫고, 죽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탈주하는 것이 최고인 규남은 현상의 눈빛으로 완성된다. 

오직 탈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제훈의 모습은 구교환의 방해와 방황이 담긴 눈빛 앞에서 완성된다.

영화를 함께 하기에 앞서 202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구교환을 향한 팬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이제훈은 현상 역할을 맡을 배우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구교환을 떠올렸다고 고백했다.

"이 사람의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 싶었다. 현상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저렇게 양파같은 매력이 있을까 싶었고, 제가 감히 눈 앞에서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에너지를 내뿜어주니까 구교환 씨가 아니면 저는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제훈의 한계를 시험한 극한의 준비와 구교환을 향한 팬심이 결국 후회 없는 '탈주'를 만들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email protected]

2024-07-03T03:59:22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