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한 야당 '수사·기소 완전 분리'…경찰 "숙원이지만 '부담'"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4·10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을 예고하면서 경찰의 속내가 복잡하다.

이미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과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는 수사 지연 등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이 '검찰은 기소권 담당 및 경찰의 수사 적법성 통제 기관으로 역할 조정'을 내세우면서 경찰이 검찰의 통제 아래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수사 인력 확보와 수사 부서에 대한 충분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업무 과중에 수사과 엑소더스 심화, 완급 조절 필요"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엑소더스(탈출)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인데 야권의 '수사·기소 완전 분리'는 부담스럽다는 게 경찰 내부 반응이다.

시도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수사·기소 분리는 숙원인 것은 맞지만 수사권 조정 후 경찰 수사관 업무가 얼마나 늘었나"라며 "인력 문제는 생각지 않고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업무 과부하 등 부작용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수사 부서에 근무하기 위한 일종의 자격인 '수사 경과' 취득자 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 지난 2020년 5020명이었지만 2022년 1879명까지 줄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과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은 시험을 보고 승진하는 시스템인데, 업무 강도가 높은 수사관을 해봤자 승진에 도움이 안 되고 힘만 든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찰 내부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모 일선 경찰서장은 "기존의 수사권 조정도 제대로 안착하지 않은 상태인데, 수사·기소 완전 분리로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단 시간을 두고 부작용 등을 고려해 가며 조율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이 내세운 '검찰은 기소권을 담당하고 경찰의 수사 적법성을 통제하는 기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경찰 일각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의 중간 관리자급인 한 경찰관은 "야당 총선 공약에 수사·기소 분리와 함께 검찰의 경찰 통제 방안이 담겼는데, 이에 대해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총선 결과를 지켜보는 경찰의 심정은 복잡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되더라도 경찰 수사를 통제한다면 과거의 '상하 관계'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불만이다.

◇"수사·기소권 분리 전에 인력 확보 등 '당근책' 먼저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수사·기소 완전 분리' 이슈를 거론하기 전에 경찰 조직이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범죄 양상이 변화하고 있어 부족한 수사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와 다르게 강력 사건 보다 사기와 같은 범죄가 늘어난 상황에서 여전히 수사 인력은 부족하다"며 "검찰의 사법경찰이 일반 경찰처럼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수사권 조정은 됐지만 그만큼 검찰에서 경찰로 인력이 재배치 되진 않았다"며 "검찰의 수사 인력이 경찰로 어느 정도 이관시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수사과에 대한 '당근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임 교수는 "수사과 인력에 대한 특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몇천 억대 사기 사건을 해결할 경우 팀 전체를 특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게 책임과 권한을 확실히 부여하되, 감시기구가 필요하다"며 "미국과 같이 기소에도 배심원이 있어야 하며, 경찰 같은 경우에도 청문감사관을 두는 등 시민의 감시 아래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04-16T20:06:22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