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증시·치솟는 환율..."美 금리에 중동전쟁까지 악재로"

국내 증시가 2% 넘게 하락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마감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금리인하 기대감이 옅어지는 가운데 중동 리스크가 더해지며 아시아 증시가 시퍼렇게 질렸다. 원·달러 환율은 1년 5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구두 개입에 나선 덕분에 달러당 1395원 아래로 내려왔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8% 하락한 2609.63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2601선까지 밀리며 2600선이 위협받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도에 나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551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749억원어치, 2949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지수도 2.30% 하락한 832.81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1566억원)과 기관(-1072억원)이 나란히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1.94%)과 대만 가권지수(-2.68%), 홍콩항셍지수(-2.13%) 등 아시아 증시 전반이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동 리스크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도 소매판매 데이터가 나온 이후 하락 반전했다. 견고한 소비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6월 금리동결 확률이 하루 새 6%포인트 높아진 78%로 평가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위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웃돌아 금리 부담이 확대됐다"며 "미국 견조한 경제지표로 인한 달러 강세와 연일 상승하는 국채금리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져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5원 오른 달러당 1394.5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최고치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가리키는 달러인덱스는 5개월 만에 106포인트대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환율 상단을 145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기야 정부가 외환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구두 개입에 나섰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중동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장이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공동명의로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차관의 발언은 환율 흐름에 대한 사실상의 구두 개입으로 인식됐다. 정부가 중동 사태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적기에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의 발언이나 한은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보다 강도가 세졌다.

[email protected] 한영준 김규성 김동찬 기자

2024-04-16T22:10:43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