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배신의 정치' 공세에도 여론조사 1위…'윤심'보다 '미래 권력'?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선거전 초반 당의 '텃밭' 영남 정치인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윤상현 후보가 한 후보에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가운데 한 후보가 막판까지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8일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 및 무당층(518명, 표본오차 ±4.3%포인트)에서 차기 당대표로 적합한 후보로, 한 후보가 38%를 기록했다. 원 후보와 나 후보는 각 15%, 윤 후보 4%였다.

한 후보가 원 후보와 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한 후보와 비(非)한 후보로 나누면 38% 대 34%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떼어 놓고 보면 한 후보(55%)와 다른 후보(원후보 19%, 나후보 14%) 간 격차가 더 컸다.

같은 날 공개된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25~26일 전국 성인 1002명 대상)에선 한 후보가 전체 37.9%, 나 후보 13.5%, 원 후보 9.4%, 윤 후보 8.5%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론 한 후보 59.3%, 원 후보 15.5%, 나 후보 12.6%, 윤 후보 5.9%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3일 주요 후보들의 출마선언 후 약 5일간의 초반 선거전은 한 후보를 상대로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이 협공을 펼치는 구도로 전개됐다. 특히 한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제안한 것을 두고 경쟁 후보들은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씌웠다.

윤 후보는 언론인터뷰에서 "총선 출마와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을 꺼낸 한동훈 후보는 사실상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며 "'절윤'(絶尹)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원 후보 역시 언론인터뷰에서 한 후보를 '윤석열 정부의 공동 창업자'라고 칭하며 "중간에 (대통령) 인기가 떨어진다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배신의 정치, 계산의 정치가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고 격했다. 그는 "주변에서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인기가 올라간다. 지금 당 대표가 돼 당을 접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부추기는 사람들은 있다고 본다"며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이 한 후보와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부각하는 것은 당원들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보수 지지자들은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후보를 당대표로 선출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한 후보와의 만남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같은 영남권의 비토 분위기에도 '한동훈 대세론'이 쉽사리 꺾이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일단 윤 대통령의 인기가 영남에서조차 시들하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6월4주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5%로 나타났는데, 대구경북에선 긍정평가가 42%, 부정평가가 43%로 비등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지지율이 29%에 그쳤다.

영남 당원투표에선 아직 일정 정도의 동원된 '조직표'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당원들 입장에선 임기 반환점에 가까운 윤 대통령으로부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 이유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공천권도 없고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윤 대통령이 책임당원들에게 한자리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라며 "책임당원들로선 윤 대통령 눈치를 보기보다 다음 당대표와 관계를 맺었을 때의 정치적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약 80만명 중 영남 비율이 41%로 높기 때문에 영남 표심을 공략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필요하지만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호소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홍 소장은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보다는 보수의 정체성을 갖고 어떻게 국민의힘의 개혁과 혁신, 변화를 이끌어낼지 이야기를 해야 영남의 표를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심은 거의 없고 당원들이 윤심을 지켜야 할 이유도 없다"며 "국민의힘 당원들은 미래권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신자 프레임'으로 표를 많이 잃더라도 한 후보가 영남에서 50% 정도는 얻을 것인데 수도권에서는 압도적인 득표를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2024-06-28T23:10:52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