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0년 만에 새 디자인 1만엔 지폐 발행

3일 오전 9시 일본 도쿄의 니혼바시에 있는 일본은행. 현금 운반 차량 경비원이 장갑을 낀 손으로 현금 신권(新券)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이날 디자인을 바꿔 처음 발행된 새 1만엔권과 5000엔권, 1000엔권을 일본 전역의 시중은행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새 모양의 지폐가 발행된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 당시엔 그러나 1000엔권과 5000엔권만 바꿨고 1만엔권은 그대로였다. 최고액권인 1만엔권 신권의 디자인을 바꾼 것은 무려 40년 전이었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오늘 1조6000억엔의 신권이 세상으로 내보내진다”며 “현금은 누구라도,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은행인 미쓰비시 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은행은 4일부터 ATM에서 현금을 뽑는 일반인 중 일부에게 신권을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신권이 처음 발행된 날부터 신권을 배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한 곳은 예외다. 최고액권인 1만엔권 지폐의 주인공은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 그의 고향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지방은행 사이타마 리소나은행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신권을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은행의 세무라 지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하루라도 빨리 신권을 고객의 손에 쥐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1만엔 신권의 주인공인 시부사와는 일본 최초 은행인 다이이치국립은행(현 미즈호은행의 전신)을 포함, 철도·에너지·증권거래소 등 500여 기업 설립에 관여한 인물이다. 일본 국민 사이에선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한국인들에겐 반면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19세기 초 대한제국의 첫 근대적 화폐인 1원(圓·엔), 5원, 10원권 속 주인공이 시부사와였다. 당시 일본은 대한제국을 압박, 일본 다이이치은행의 지폐를 발행하도록 강제했다. 이전 1만엔권에 새겨진 인물은 일본 근대화 시절의 유명 교육자로 꼽히는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였다.

이번 5000엔짜리 신권 지폐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인 쓰다 우메코(1864~1929)의 초상화가 새겨졌다. 여섯 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쓰다 우메코는 일본의 첫 여자 유학생으로 불린다. 열일곱 살에 귀국한 그는 여성의 자립을 목표로 교육에 투신했고, 1900년엔 도쿄 여자영문학학원(현 쓰다주쿠대)를 설립했다.

1000엔권엔 세계 최초로 파상풍 치료제를 개발해 전염병 예방·치료에 기여한 ‘근대 일본 의학의 아버지’, 기타사토 시바사부로(1853~1931)의 초상화가 들어갔다.

위조 방지 기능도 강화됐다. 지난 2004년에 도입했던 당시의 신기술 ‘홀로그램’에 이젠 3D 기능도 더했다. 지폐를 기울이면 초상화의 얼굴 방향이나 주변 무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지폐에 이 기술이 쓰인 건 세계 최초다.

일본에서 전후(戰後) 여섯 번째 신권 발행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종이 지폐 신권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점차 페이페이와 같은 스마트폰 간편 결제가 퍼지면서 종이 지폐의 결제 비중이 줄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디지털화폐(CBDC)인 이른바 ‘디지털 엔(円)’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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