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우크라이나 적십자사 사무총장 “참전 군인, 심리·사회적 치료도 병행해야”

“러시아군의 집중 타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 약 70%가 파괴됐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선 하루 6~8시간을 전기 없이 보내는 중인데, 겨울이 다가오면 그 시간이 12~16시간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8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났으며, 국토의 30%가량이 지뢰로 뒤덮였습니다.”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최근 만난 막심 도첸코 우크라이나 적십자사 사무총장이 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참상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군의 첫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후 2년 넘게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구호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적십자에선 직원 5000여 명과 봉사원 8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전쟁 이전보다 10배 넘게 증가한 수치”라며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인구 40%가 구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구호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지원 규모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도첸코 사무총장은 지원의 구조가 바뀐 것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는 개인이나 민간 기업들이 후원자로 많이 참여했지만, 지금은 정부 기관이나 국제 기구들의 지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이런 경우 자금 관리가 좀 더 까다롭고, 자금의 목적이 엄격히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도첸코 사무총장은 전쟁의 장기화로 구호 수요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동서남북에서 구호 수요의 종류가 각각 다르다”며 “여전히 식량이나 위생 지원 등 1차적인 구호가 필요한 곳도 있고, 실향민들이 이주한 곳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지역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적십자사가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안은 참전 군인들에 대한 ‘종합 재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전 군인들의 신체적인 부상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재활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참전 군인들이 전쟁이 끝난 이후 다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하고, 지역사회 역시 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이 같은 ‘종합 재활 센터’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고, 이를 더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이번 한국 방문의 주요 목적 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에 328억원가량을 지원한 대한적십자사는 “도첸코 사무총장과 함께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을 살피며 향후 우크라이나 보건의료 분야 재건을 검토했고, 인도적 활동에 대한 추가 협력 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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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T15:39:57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