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6월 폭풍 세일’ 열흘 새 5380억원 선수 급매…PSR 규정에 왜곡되는 이적 시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의 6월 ‘폭풍 세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 10일 동안에만 첼시, 뉴캐슬 등 6개 EPL 구단이 15명의 선수를 매각해 3억2300만파운드(약 538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5일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EPL의 재정 규정인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PSR때문에 일부 유망주 선수들의 가치가 폭락하는 등 이적 시장 질서는 왜곡되고 있다.

최근 2년간 EPL 구단들에 6월은 ‘선수 폭풍 세일’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영입 경쟁에 열을 올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6월 말까지 선수를 매각하는 데 주력하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는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 전체적으로 리그 규모가 커지면서 이적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6월 말 회계 마감 조항에 이를 위반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PSR은 한화 기준으로 3년간 손실을 최대 1750억원의 손실만을 허용하며, 이를 초과할 경우 승점 삭감 등의 제재를 가하는 규정이다.

실제로 에버튼은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 PSR을 위반해 각각 6점과 2점씩 총 8점의 승점을 삭감당했다. 노팅엄 포레스트 역시 2022~2023시즌 PSR 위반으로 승점 4점 삭감 징계를 받았다. 강등권 탈출을 벌여야 하는 두 팀에게는 치명적인 제재였다.

문제는 PSR이 ‘6월 말 회계 마감’을 기준으로 한다는 데 있다. 구단들은 어떻게 해서든 6월 말까지 선수를 매각해 수익을 창출하고, PSR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첼시는 유망주 루이스 홀을 뉴캐슬에 633억원에 매각했으며, 뉴캐슬은 만 21살 엘리엇 앤더슨을 노팅엄 포레스트에 500억원에 이적시켰다. 아스톤 빌라는 더글라스 루이스를 유벤투스(이탈리아)에 700억원에, 오마리 켈리만을 첼시에 317억원에 각각 매각했다.

특히 아카데미 출신이나 저가에 영입한 유망주들이 주요 매각 대상이 되고 있다. 구단들은 이들을 매각해 단기간에 순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캐슬은 앤더슨과 얀쿠바 민테를 브라이턴에 매각해 108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첼시는 루이스 홀, 오마리 허친슨, 이안 마트센 매각으로 약 1333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꼼수 거래’ 의혹…EPL 조사 권한 행사할까

EPL 사무국은 PSR 회피를 위한 ‘꼼수’ 거래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말 EPL은 전 구단에 공문을 보내 “공정 가격 거래 여부를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선수 가치 평가는 주관적인 영역이어서 부당 거래 적발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PSR은 선수 가치 하락과 이적 시장 질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6월이 되면 선수들의 시장 가치가 급락하고, 대형 구단들이 유망주를 저가에 대거 영입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EPL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PSR 개정 논의…뜨거운 감자 된 EPL 재정 규정

일각에서는 PSR 규정 자체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PSR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6월 말 회계 마감’ 조항이 꼼수 거래를 조장하고, 이적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지적이다.

EPL 사무국은 PSR 규정 개정을 예고했지만 연간 재무제표 평가 기준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6월 말이 임박해서 벌이는 선수 대량 급매는 지속할 전망이다. PSR이 EPL 이적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사무국의 규정 개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박효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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