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반기 결산] 누가 MVP 될 상인가

천재들의 쏟아진 대기록

최정, 이승엽 넘어 최다홈런新 ‘살아있는 레전드’

최다안타新 손아섭, 3000안타 대기록도 도전장

전반 20-20 김도영, 페이스 유지땐 40-40도 가능

2024 프로야구 전반기에는 KBO리그 역사를 새로 쓴 대기록이 쏟아졌다. 늘 초심을 마음에 새긴 최정(37·SSG)과 손아섭(36·NC)은 KBO리그 통산 홈런·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대부분이 ‘천재’라고 부르는 두 선수는 본인의 재능보다 노력을 믿었고, 2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팠다. 꾸준함의 가치를 몸소 보여준 이들은 올해 전반기 공든 탑을 완성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우뚝 섰다.

그런가 하면 폭발적인 에너지로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린 ‘라이징 스타’도 등장했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프로 유니폼을 입은 김도영(21·KIA)은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홈런과 안타 그리고 ‘꾸준함’의 대명사 된 최정·손아섭

대기록의 스타트는 최정이 끊었다. 최정은 지난 4월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 4-7로 뒤진 5회초 2사에서 선발 이인복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KBO리그 통산 468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이 ‘한 방’으로 최정은 이승엽 두산 감독의 현역 기록(467개)을 뛰어넘어 통산 홈런 부문 단독 1위에 올라섰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최정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연속 10홈런 부문 최장 기록도 최정이 보유 중이다. 3일까지 홈런 21개를 날린 최정은 2016시즌부터 올해까지 9시즌 연속 20홈런도 달성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인 최정은 언제나 야구 앞에서 겸손하다.

그는 앞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야구는 하루가 지나면 모든 게 리셋된다”며 “야구는 초심을 잃을 수 없고, 잃어서도 안 되는 종목”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대기록 뒤엔 최정의 이 같은 고집스러움이 숨겨져 있다.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수립한 손아섭도 ‘꾸준함’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다. 손아섭은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 경기에서 선발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6회초 2사에서 좌전 안타를 때렸다. 통산 2505번째 안타를 친 손아섭은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의 종전 최다 안타 기록(2504개)을 갈아치웠다. 2007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손아섭은 주전으로 발돋움한 2010년부터 꼬박꼬박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2012(158개), 2013(172개), 2017(193개), 2023(187개)시즌 등 총 네 차례 최다 안타 부문 1위에 올랐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진 KBO 최초 8시즌 연속 150안타를 쳤다. 대기록을 달성한 당일 손아섭도 초심을 언급했다. 그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이 모여 대기록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지금 같은 마음으로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정과 손아섭은 이제 500홈런과 3000안타라는 또 다른 대기록에 도전한다.

‘라이징 스타’ 김도영, 후반기 MVP 레이스 주도할까

올 시즌 최고 히트 상품은 단연 김도영이다.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김도영은 지난 2년간 부상 등으로 본인이 가진 기량을 전부 펼치지 못했다. 올핸 그간의 답답함을 분출하기라도 하듯, 그라운드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김도영은 3일까지 80경기 타율 0.341, 23홈런, 25도루, 60타점 OPS 1.026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실책(19개)이 많은 것이 유일한 흠이다.

홈런과 도루 개수가 특히 눈에 띈다. 김도영은 전반기에만 이미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그는 개막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4월에만 홈런 10개와 도루 14개를 기록했다. 월간 10홈런-10도루는 김도영 이전까지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호타준족의 대명사인 구단 레전드 이종범도, 2015년 40홈런-40도루를 찍었던 에릭 테임즈(NC)도 한 달에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함께 기록하진 못했다.

정교한 타격과 장타력, 빠른 발을 두루 갖춘 김도영이 남은 시즌 홈런 7개와 도루 5개를 추가하면 KBO리그엔 테임즈에 이어 9년 만에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탄생한다. 국내 선수로는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이어 24년 만이다. 현재 페이스만 유지하면 40홈런-40도루도 꿈이 아니다.

후반기가 남은 만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논하긴 아직 이르다. 대기록을 달성한 최정, 손아섭뿐 아니라 타자 중에서는 KT 멜 로하스 주니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키움 김혜성, 홈런 선두를 달리는 NC 맷 데이비슨 등이 후보이고, 투수 중에서는 KIA 제임스 네일(평균자책 1위), 키움 헤이수스(다승 1위) 등이 도전장을 낸다. 무엇보다 프로 3년 차 김도영이 불꽃 튀는 후반기 MVP 경쟁을 주도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배재흥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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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T00:24:04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