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속 "노출 폭력은 OK 담배는 NO?" [콘텐츠 속 흡연②]

정부, OTT 잦은 담배 노출에 WHO 향해 공동대응 촉구

"드라마 '이두나'에서 수지가 피는 담배 이름이 뭔가요? 보헴까지는 봤는데 풀네임을 모르겠네요", "수지는 담배 피는 것도 예쁘네",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이랑 박연진이 피는 담배 뭐죠?", "'최악의 악' 보고 담배 시작했다. 남자는 담배 피는게 맞는 것 같다"

OTT에서 배우의 흡연 연기를 본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청자들의 감상이다. '이두나'의 수지는 흡연 연기로 화제와 함께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상파 드라마였다면 흡연 장면이 편집으로 사라졌겠지만, OTT이기에 살아남았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TV로 방영되면 흡연 장면이 흐릿하게 처리되지만, OTT에서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이는 두 플랫폼이 다른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TV 드라마는 방송통신심의 규정을 받는데, OTT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 보호법)를 따른다. 현재도 지상파 표현 수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는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라는 기준 아래 현재에도 강제성이 아닌 자체적인 성격이 강하다.

정보통신망 보호법 규정에는 유해사이트나 불법 정보 유통 등만 제재하고 있다. 흡연 관련 표현에 대한 기준이나, 표현법의 신중을 요하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OTT의 리얼리티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를 넘는 표현이 지적받는 이유다. 특히 최근 흡연 장면이 잦아지는 상황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주요 OTT 5곳의 인기 상위 드라마 14편 가운데 12편이 배우의 흡연 장면이 담겼다. 10편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의 총 횟수는 142회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흡연 장면은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의 흡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청소년들이 영화나 미디어 속 흡연 장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흡연을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모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OTT 콘텐츠에서 흡연 장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도 OTT 콘텐츠에서 흡연 장면 과도한 흡연 장면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아동·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한 미디어 제작 및 송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의 44%는 미디어에서 본 흡연 장면 때문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담배 피우는 장면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부연 설명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총 9개 조항으로 흡연행위 권유·유도하는 표현 자제, 긍정적인 흡연행위 표현 자제, 연예인‧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흡연 표현 자제, 아동과 청소년의 흡연 표현 자제, 담배 제품명, 담배회사 명칭 표현 자제, 담배 사고파는 표현 자제 등이 담겼다.

정부 역시 OTT에서 흡연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걸 민감하게 느끼고, 지난 2월 파나마에서 열린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OTT 플랫폼 등에서 담배·흡연 장면 묘사를 줄일 수 있도록 협약 사무국과 당사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업계는 각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따라 건강한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과 OTT 등의 플랫폼의 소구 포인트인 '표현의 자유'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

한 제작사 관계자 A씨는 "OTT 표현 수위가 높다 보니 담배뿐만 아니라 마약 투약 등 범죄들까지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고 생각. 리얼리티를 앞세우고 있지만 보기 불편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최근 한국 콘텐츠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기를 끌면서 수위 높은 콘텐츠도 어린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우려가 된다. 표현에 자유도 있지만 콘텐츠의 파급력 또한 창작자가 생각해야 할 일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도 "표현의 자유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OTT, 유튜브의 경우엔 시,공간 제약 없이 시청 가능해서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냈다.

C 감독은 "청소년 흡연 모방 문제 때문이면, 등급에 따라 규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뻔하다’ ‘틀에 박힌다’라는 평이 많은데 폭넓게 규제하는 것이 과연 콘텐츠의 완성도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냈다.

콘텐츠 제작사 대표 D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이 보는 눈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담배를 가짜로 피우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박제가 돼 조롱이 된다. 범죄물이나 누아르 장르는 리얼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취재한다. OTT까지 세세한 규제로 제한이 들어오는 게 맞는 일인가 싶다"라고 하소연했다.

영화와 OTT 시리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소속 E씨는 "영화와 표현의 자유와 영향력을 고려한 균형 사이 딱 한쪽 진영을 지지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듯하나,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창작자와 플랫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공성을 띠는 지상파 TV와 글로벌을 무대로 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간의 태생적 배경에 차이를 둘 것인가, 혹은 균등한 기준을 균형감 있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이후 논의가 되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콘텐츠의 시청자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한 만큼 제작 환경 및 작품의 퀄리티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맞추고 있듯이, 규제 영역 역시 더 넓은 기준으로 판단할 시기가 도래했다"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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