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차기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정했나…돌연 임명 절차 시작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인권위가 ‘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모집 공고문’을 올렸다. 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는 대통령실(3명)·인권위(3명)·대한변호사협회(1명)가 추천하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할 차기 인권위원장 후보를 복수로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차기 인권위원장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인권위 안팎에서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대통령실이 위원장 후보 적임자를 물색하고 임명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26일 누리집에 “2024년 9월3일부로 임기가 만료되는 송두환 위원장의 후임(대통령 지명) 임명을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한다. 이에 위원장 후보자 선정에 참여할 후보추천 위원을 모시고자 하오니,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7명의 후보천위원위원 가운데 인권위가 추천할 몫은 3인으로, 지원 자격은 인권 관련 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또는 사회적 신망이 높은 사람으로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이다. 후보추천위는 인권위법에 명시된 규정은 아니지만, 그동안 관례적으로 인권위가 대통령실의 위탁을 받아 후보추천위원 공모를 진행해 왔다.

송두환 위원장을 뽑을 당시인 2021년엔 5월31일부터 인권위 몫의 위원장 후보추천위원을 공모했다. 올해 6월 초부터 인권위는 용산 대통령실에 후보추천위 구성을 놓고 일정을 계속 타진했으나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6월25일 대통령실이 갑자기 연락해온 것이다. 인권위의 위원장 후보추천위원 공모 기간은 불과 6일로, 7월1일이 마감이다.

때문에 인권위 안팎에선 대통령실이 이미 위원장 후보 적임자 물색을 마쳤고, 임명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인권위원장 자리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용원 상임위원이 후보추천위의 최종 후보(복수)로 지명을 받을지 여부다. 김 위원은 그동안 ‘기레기와 인권장사치 발언’ 등 막말과 폭언 등을 일삼아 ‘김 위원의 인권위원장 후보 지명’은 인권위 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위원은 27일 오전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인권위 몫 후보추천위원을 선발할 심사위원 구성을 놓고 다른 위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위원은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 공모 절차를 상임위에서 자신과 논의 없이 시작한 것은 송 위원장의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한 뒤 “후보추천위원 심사위원회에 이충상 위원도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추천위원을 심사하는 위원회는 통상 상임위원 1명, 사무총장, 국장 등 3인으로 구성된 바 있다. 상임위원 1명은 관례적으로 선임 상임위원이 그 역할을 수행했는데 현재 상임위원 3명 중 선임은 남규선 위원이다. “이충상 위원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김 위원의 주장에 대해 남규선 위원은 이날 상임위에서 “김용원 위원이 후보추천위 구성과 관련해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원장 자리에 뜻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당사자가 후보추천위원 문제를 언급하는 게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용원 위원은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회의 도중에 회의자료를 챙긴 뒤 책상을 내려치고 퇴장했다.

이충상 위원이 갑작스레 지망 포기 의사를 밝힌 배경도 궁금증을 끈다. 이충상 위원은 6월20일 오후 4시경 한겨레에 문자를 보내 “저는 인권위원장을 지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인권위원장 적임인 분들이 계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한겨레와 직접 만나 위원장 도전 의사를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이었다. 이충상 위원의 지망 포기에 “김용원 위원으로 후보가 단일화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인권위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충상 위원이 무슨 이해관계가 있다고 김용원 위원에게 양보하겠나. 그럴 리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충상 위원의 위원장 지망 철회와 용산 대통령실의 절차 진행 통보 사이에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게 아니냐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충상 위원이 일정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대통령실 또는 국회와 사전에 이야기가 오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이 후보추천위를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김용원 위원을 배제하고 위원장 적임자를 낙점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형국이다.

고경태 기자 [email protected]

2024-06-30T05:51:15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