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가족’ 이끌고 한국 왔는데 치아 몽땅 빠졌다…크레인 몰던 목사님 덕분에 미소 되찾은 사연

우리교회 신장호 목사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 설립

이주민·위기가정 자립 도와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 이곳은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들과 외국인들을 돕기 위해 우리교회 신장호(46) 목사가 지난 2022년 10월에 설립한 복지시설이다.

신 씨가 처음부터 이주민을 섬기는 목회자 길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철강업계에서 12년간 천장크레인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신 씨는 2014년 돌연 퇴사를 결심했다.

전문기사도 못하는 변기를 뚫고, 뭐든 잘 고쳐서 직장내에서 일명 ‘신가이버’라고 불렸던 그가 목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신 씨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천장크레인 안에서 혼자 기도하고 성경 공부하며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기도와 함께 우리 주변에 어려운 삶을 사는 이웃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이들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해외에는 생사를 오갈 정도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이 많았다. 신 씨는 퇴사 후 본격적인 신학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필리핀 선교지에서 학교사역을 하며 본격적으로 목사의 뜻을 펼치게 됐다.

2019년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해외 선교가 어렵게 되자 신 목사는 국내로 돌아왔고, 광주 광산구 월곡동으로 향했다.

신 목사는 “광주 월곡동은 해외나가야 볼 수 있는 어려운 이주민들이 모여있는 해외 선교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방인과 더불어 사는 미래 위해”…신장호 목사, ‘이주민센터’ 설립

광주에서 개척 교회 사역을 펼치는 신 목사는 2021년 이주민센터 인수 및 설립을 결심했다. 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우크라이나인, 고려인 등 다국적 이주민들이 이방인인 이유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것을 목격해서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와의 단절이 더 심해지자 이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모색했다.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는 신 목사에게 인수되기 전 이미 개소된 상태였으나 실질적 운영은 멈춘 공간이었다. 신 목사는 인수 후 이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신 목사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고, 지원이 절실한 이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방역을 철저히 하고,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그들이 이 땅에서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센터가 위치한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는 고려인 마을이 있고, 주변에 산업단지가 있어 이주민과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대다수가 조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생계를 위해 온 사람들이기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취약 계층에 속한다.

신 목사가 운영하는 센터에서는 이주민 및 위기가정들을 위한 한국어교실과 작은도서관이 운영되며,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한 데 모여 소통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이주민센터 설립 후 3년 가량 신 목사의 진심이 전해지자 마음을 열고 센터를 찾는 이주민들도 최근 크게 늘었다.

■ 치통으로 미소를 잃은 키르기스스탄 이주민에게 ‘웃음’ 선물

신 목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주민으로 슬라바(가명) 씨를 떠올렸다.

슬라바 씨는 키르기스스탄 국적 출신의 재외동포로, 2019년에 7인 대가족을 이끌고 한국에 들어왔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건설 일을 했었고, 한국에서는 건설 관련 수리, 보수 소일거리와 자전거 수리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가족은 슬라바 씨 며느리가 미용일을 하면서 버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슬라바 씨의 아내는 며느리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육아를 도와주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갔다.

한국 생활 5년차에 접어들어든 슬라바 씨는 정착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치아가 빠지기 시작했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다가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 치아가 거의 다 빠져 음식을 먹지 못하면서 체중이 6.5키로그램이나 빠졌고,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에서 3개월 동안 빠지지 않고 한국어를 배우고, 예배에 참석하던 슬라바 씨가 어느 날부터 나오지 않자 신 목사는 직접 가정 방문해 건강 위기에 놓인 슬라바 씨를 발견했다.

신 목사가 슬라바 씨에게 전화해서 “한국어 수업에 요즘 왜 나오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슬라바 씨는 “발이 아파서…”라고 대답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신 목사가 직접 가정에 찾아가 보니 발이 아니라 이빨이 아팠던 것.

치아가 거의 다 빠지고, 치통이 심해 ‘이빨’이라는 발음자체가 안돼 ‘발’이라고 전달됐던 것이다.

신 목사는 슬라바 씨를 고쳐주기 위한 치료비 8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 뛰어다녔다. 포기하려던 찰나 이랜드복지재단과 연이 닿았다.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에서 치료비 절반을 긴급 지원하고, 치과에서 일부 치료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슬라바 씨는 20개 치아 크라운치료와 함께 틀니교정을 진행했고, 현재는 마스크를 벗고 치아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을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신 목사는 “선뜻 손 내밀기를 꺼려하는 이주민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병원비, 생활비 등 재정적인 문제로 걱정하는 자들에게 도움을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복지재단은 신 목사와 같은 ‘SOS위고’ 봉사단을 전국단위 네트워크로 운영하며 은둔해 있는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현재까지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한부모, 소외어르신, 노숙인, 탈북인, 외국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2만2861가정을 발굴해 일상 회복을 도왔다.

‘SOS위고’는 위기 가정 접수 후 3일(골든타임) 내 주거비, 생계비, 치료비, 자립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이랜드복지재단 대표 사업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지 못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을 돕는데 앞장선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 슬라바 씨처럼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이 절실한 자들이 많다”며 “SOS위고 사업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2024-06-30T09:00:04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