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에서 ABC 선회…SK, 속도감 있는 리밸런싱 착수

SK그룹이 최근 몇 년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이른바 ‘BBC’ 사업 전략에 큰 폭의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과 중복투자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배터리 부문은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몇 년 사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에 무게를 실으면서 ‘ABC’ 전략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리밸런싱 방향성을 논의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AI에 방점을 맞춘 미국 출장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현재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AI Infra 담당) 등 그룹의 AI·반도체 관련 주요 경영진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상태다.

최 회장은 현지에서 AI와 반도체 시장을 점검하고 빅테크 주요 인사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미국 새너제이를 방문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빅테크가 모인 새너제이 ‘실리콘밸리’ 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지 파트너사들이 있는 미국 여러 곳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SK가 AI와 관련해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생태계를 조성해온 만큼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AI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생성형 AI서비스 ‘에이닷’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초 수펙스협의회에서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면서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AI를 직접 챙기면서도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기존 확대경영회의)에는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여키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회의를 마치고 출장을 떠나려고 했으나, 허비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판단에 따라 출국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경우 올해 경영전략회의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최재원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들이 모여 1박 2일 동안 끝장 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그룹 현안으로 떠오른 사업 리밸런싱에 대해 CEO들 간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리밸런싱 방향성에 맞춰 그룹 계열사별로 하반기부터 구체적 이행단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AI를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다룰지가 초미의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수펙스협의회 중심으로 논의된 리밸런싱은 경영전략회의를 거쳐 각 계열사 이사회로 옮겨진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어떤 화두를 제시할지도 관심이다. 최 회장은 그간 ‘딥체인지 2.0’, ‘파이낸셜 스토리’ 등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본인이 구상하는 경영 메시지를 밝혀 왔다.

오현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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