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책임론 속 ‘금감원 칼 끝 향한’ 우리금융 결론은?

[딜사이트 경제TV 김병주 기자]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인 조병규 행장, 나아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된다.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에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그간 강조해 온 내부통제 강화 노력의 실효성에 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본격 시행 이전인 책무구조도 도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직접적인 제재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부 금융사고의 경우 현 CEO체제에서 실제 발생했다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여일 넘게 진행되는 우리銀 현장검사

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가 3주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간 연장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통상 금감원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금융사 대상 수시‧현장검사의 경우 2~3주 기한을 잡고 실행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횡령 금액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는 데다 손실예상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황 파악이 복잡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검사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기존 파견 인력을 보강해 추가 횡령 여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실한 조사와 결과 도출을 위해 검사 기간이 다소 길어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우리은행의 경남 지역 내 한 지점에서 직원이 대출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지점의 직원 A씨는 기업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약 8개월여간 대출 신청서 및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100억원대의 대출금을 횡령했다.

A씨는 이 대출금을 가상자산, 해외선물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약 6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보다 손실금액이 더 클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해당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대출 서류를 위조하고, 자금을 외부로 빼돌렸는지를 중점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해당 사고의 발생 과정을 확인한 후, 해당 직원은 물론 이번 금융사고에 지점장 등 윗선의 책임은 없는지 가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에 대해 검사를 담당하는 금감원은 상황에 따라 우리은행 본점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가 일선 영업점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연이은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관련 임직원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이에 대해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에 대한 관리도 점검하고 있다”라며 “필요시, 본점에 대해서도 현재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책임을 묻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행장-회장 책임론도 부각될까

이처럼 우리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벌써 조 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수장으로서 지난해 취임 이후 불거진 복수의 횡령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조 행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지난 2022년 약 700억원 대의 횡령 사고로 ‘내부통제 늪’에 빠졌던 우리은행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임기 중 핵심 과제로 ‘내부통제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실제로 조 행장 체제에서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장기근무자 대상 인사관리를 강화하고 위험 직무에 대한 직무 분리 및 인사이동 등 실질적인 조치도 병행한 바 있다.

특히 조 행장은 과거 우리은행의 준법감시인으로 2년간 역할을 하며 준법감시체제의 개편을 주도한 인물이다. 자연스레 우리은행에 흉흉한 각종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금융사고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 행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을 전후로 영업점 직원이 약 7만 달러를 코인 투자 목적으로 빼돌리는 사고가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100억원대의 횡령 사고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병규 행장 임기 중에 발생한 것인데, 사실상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 충분한 상황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려 8개월간 이어진 횡령사고를 걸러내지 못한 건 분명한 문제”라며 “무엇보다 본인 임기 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 행장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또한 일정부분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취임 이후 누구보다 내부통제 부문의 혁신을 강조했음에도, 사실상 복수의 금융사고 발생을 막지 못하면서 혁신 의지 또한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 때문이다.

특히 임 회장의 경우, 현재 우리금융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새롭게 세팅하는 과정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사실상 본인 주도로 구축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가운데, 또다시 추가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라면…‘징계도 가능’

다만, 상당수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금융사고에 대해 조병규 행장, 임종룡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징계는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 관련 규정에 따르면,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에 대한 의무만 있을 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는지 여부에 대한 CEO의 책임은 명시돼 있지 않다.

쉽게 말해, 내부통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 설사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책임을 ‘마련 의무’만 가진 CEO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태승 전(前)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자신에게 내려진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하며 징계효력도 소멸됐다. 당시에도 사법부는 금융사고 발생의 책임을 CEO에게 까지 묻는건 위법하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특히, 현재 금융업권은 내부통제 주요 요소별로 책임자를 명시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일 관련 개정안이 시행되면 은행‧금융지주는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CEO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해당 책무구조도의 도입 전이라는 점에서 현행 법령만으로는 이번 우리은행 내부통제 사고와 관련한 CEO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관 대상 징계는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지방 영업점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은행장 나아가 지주사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설사 CEO에게 중징계를 내린다 하더라도, 이같은 징계가 향후 금융사고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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