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 없는’ 유전자 교정법 찾았다

  • 미-일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 표적-교체 DNA 다리처럼 잇는… ‘IS110 유전자재조합효소’ 발견

  •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잘라 교정하는 이중 단계 통합

  • 돌연변이 등 위험성 크게 줄여… 대규모 염기서열도 수정 가능

인간의 유전정보는 DNA를 구성하는 네 종류의 염기인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이 서로 쌍을 이뤄 이중나선 구조로 이뤄진 염기서열에 따라 결정된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기서열 순서는 때로는 치명적인 유전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염기서열을 교정할 수만 있다면 치료가 불가능한 유전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병충해에 강한 작물이나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제공하는 유전자 교정 돼지도 만든다. 가장 혁신적인 유전자 교정 방법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2020년 노벨상을 받은 이유다.

미국과 일본 과학자들이 이 같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성능을 뛰어넘는 유전자 교정 방법을 찾아내고 연구 결과를 2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두 편의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를 잘라내지 않고 염기서열을 통합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올인원’ 유전자 교정 기술이다.

● 염기 잘라내지 않고도 유전자 교정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DNA 염기를 찾아가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가이드 리보핵산(RNA)’과 표적 DNA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인 ‘캐스9(Cas9)’으로 구성된다.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DNA 염기 부위를 잘라내고 원하는 염기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질환을 치료한다. 이를테면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G) 염기로 치환하는 식이다. 이때 표적 DNA 염기를 잘라낸 뒤 새로 치환하려는 염기가 담긴 ‘도너(Donor) DNA’를 넣어 잘라낸 부위를 정상 또는 원하는 염기로 수정할 수 있다. DNA 염기를 잘라내는 과정과 새로운 염기로 교정하는 과정이 분리돼 있다.

패트릭 쉬 미국 아크 연구소 공동창업자 겸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스탠퍼드대, 일본 도쿄대와 협력 연구를 통해 특정 DNA 염기를 잘라내지 않고도 긴 염기서열을 통합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올인원 유전자 교정 방법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미생물 연구를 통해 ‘IS110 유전자 재조합효소(Recombinase)’라는 특정 효소가 작동할 때 양 끝부분이 두 개의 고리 모양으로 접히는 ‘브리지(Bridge) RNA’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재조합효소는 어떤 유전자를 복제해서 전파할 때 쓰이는 효소다.

IS110의 한쪽 고리는 가이드 RNA와 유사하게 표적 DNA 염기와 결합하고 반대쪽은 치환할 염기가 담긴 도너DNA와 결합하는 유전자 교정 방식을 자연에서 찾아낸 것이다. IS110은 표적 염기서열에 붙어 특정 DNA 염기를 자르지 않고도 도너 DNA에 따라 염기서열을 수정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캐스9이나 IS110처럼 효소가 RNA를 통해 특정 부위에서 작용하는 것을 ‘RNA 의존적(dependant)’이라고 부른다. 배상수 서울대 의과대학 분자유전공학실험실 교수는 “RNA 의존적인 재조합효소가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수정할 염기서열을 조절하기 용이해 통합적이고 설계하기도 쉬운 유전자 교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활용처 무궁무진… 대규모 유전자 교정 가능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의 엉뚱한 부분을 잘라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표적에서 벗어난 부분을 자르고 교정하면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암 같은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캐스9 외에 다양한 효소를 개발하거나 캐스9의 오작동을 줄이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배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일단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고 도너 DNA의 염기서열이 목표한 곳에 제대로 입력되지 않고 그냥 DNA만 제거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조합효소는 DNA를 자르지 않고 염기를 수정하기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보다 안정적인 데다가 수천 쌍의 긴 DNA 염기서열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브리지 RNA를 활용한 올인원 교정 방식의 안정성도 확인했다. 대장균을 활용한 실험 결과 교정을 원하는 유전자의 교정 효율이 60% 이상으로 분석됐다. 교정 위치를 찾는 정확도도 94%에 달했다.

배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연구 성과는 활용처가 무궁무진하고 유망한 기술”이라며 “유전자를 수정하는 모든 분야에 응용할 수 있고 특히 길이가 긴 DNA를 고치는 게 가능해진 것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RNA 의존적인 효소는 표적 염기서열과 유사한 부위에서 오작동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아직 사람 세포에서 검증되지 않은 것은 한계점”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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