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생성 이미지 'AI 슬롭' 범람..."인터넷 스팸 잇는 AI 대표 현상 부각"

인공지능(AI)이 생성한 무의미한 이미지를 뜻하는 'AI 슬롭(slop)'이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새우 예수'도 AI 슬롭의 일종으로, 이는 '인터넷 스팸'에 이어 AI 시대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주요 매체들은 AI 슬롭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뉴욕타임스가 소개한데 이어, 30일(현지시간)에는 워싱턴포스트가 이를 조명하고 나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같은 날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슬롭이란 농부들이 돼지에게 주는 먹다남긴 음식찌거기를 말한다.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은, 즉 싸구려 창작물을 뜻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일부 인기를 끈 AI 생성 이미지가 인터넷 시대에 대표적인 쓰레기 취급을 받은 '스팸'의 뒤를 물려받은 셈이다.

여기에는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뒤죽박죽돼 있다. 새우 예수에 이어 튀긴 닭에 예수 얼굴을 붙인 '치킨 예수'라는 이미지도 밈이 됐고, 최근에는 수십 또는 수백명의 아기들이 어지럽게 등장하는 '베이비 트럭'도 화제다.

이런 이미지만 모아서 게시하는 'AI 부머트랩'이라는 X(트위터) 계정도 등장했다.

운영자인 칸 스쿨크래프트는 "진흙 속에 가라앉은 비행기 속에서 아름다운 승무원을 구하는 '호랑이 예수'나 반은 인간이고 반은 원숭이인 잡종이 불개미에 산 채로 잡아먹히는 이미지 등이 대표적으로, 이를 보고 사람들은 '아름답다'나 '좋다고' 할 것"이라며 비꼬았다.

이런 이미지가 AI만이 활동하는 '죽은 인터넷'을 예고한다는 분석은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등장 배경도 논의되고 있다. AI는 인간의 작품을 학습, 배운 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조나단 길모어 뉴욕시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이런 이미지는 엄청난 광기를 담고 있으나, 평범하고 사실적인 스타일로 인해 균형을 이룬다"라고 말했다.

또 "이런 이미지는 현재 예술 철학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예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관통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즉 예술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AI 슬롭은 가장 저속한 방식으로 가장 확실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내용이다. 종교나 아기, 강아지, 매력적인 인물 등 선호되는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그 예다.

또 전문 용어로 자기비하를 뜻하는 '크린지(cringe)'와 저속한 것을 의미하는 '키치(kitsch)'가 잘 발달한 영역이라라는 평가다.

하지만 AI 도구로 예술적인 이미지를 생성하는 작가들은 AI 슬롭과 자신들의 작품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45세 AI 아티스트 폴리나 코스다다는 AI 슬롭을 "아이디어나 메시지가 없는 '죽은(dead)'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작가들의 의도와 깊이가 담긴 생성 이미지를 "살아있는(live) 이미지"라고 칭했다.

슬롭이 예술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 유럽대학교의 연구원인 메일은 "초현실주의는 한때 그 시대 천재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AI로 인해 무차별 확산하며 거꾸로 피로를 주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길모어 교수 역시 "우리는 투쟁의 산물이거나 압도적인 재능에 의해 탄생한 예술 작품에 가치를 부여한다"라며 "AI는 제작하기 너무 쉽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예술은 커녕 곧 지루해질 것이 뻔하다"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런 이미지가 스팸 메시지와는 달리, 소셜 미디어에 범람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이런 계정들은 사기성 광고와 연결된 경우가 많지 않아, 메타에서도 딱히 금지하지 않고 있다"라며 "메타 역시 이미지 생성 AI를 개발했고 많이 활용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대준 기자 [email protected]

2024-07-01T09:28:20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