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출연료에 가랑이 찢어지는 K-OTT

투자 늘며 단가 최고 100배 급증

드라마 대신 스포츠로 대책 모색

날이 갈수록 치솟는 제작비와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의 출혈 경쟁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거대 OTT가 국내 시장 진출 후 소위 '잘 먹히는' 한국 드라마에 거액의 제작비를 쏟아부으면서 국내 OTT들은 높아진 제작 단가에 신음하고 있다. 몸집이 큰 넷플릭스마저 높아진 제작비에 한국 대신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려 국내 제작 생태계에 타격이 우려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361개 방송사업자의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전체 방송사업자의 프로그램 제작비는 2019년 4조9037억원에서 지난해 5조6488억원으로 연평균 3.6% 늘었다. 전체 사업자의 평균 제작비는 지난해 157억원으로, 그중 지상파가 평균 472억원, PP는 139억원의 제작비를 지출했다. 매출 대비 제작비 투자 비율은 지상파 76%, PP 33.4%, CP 38.8% 수준이다. EBS는 109.7%로 매출액 대비 되레 제작비 지출이 높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OTT 진입 이후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제작 단가가 급상승했다. 최근에는 새 프로그램 제작이 줄어드는 등 아예 제작을 하지 않는 움직임이 있어 오히려 공식 통계에 현실적인 제작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높아진 주연배우의 출연료 등 제작비 부담 때문에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있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정서가 비슷하면서 국내 제작비의 반값 수준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넷플릭스는 일본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 제작에 들어갔는데, 주연은 한국 배우인 한효주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한 글로벌 OTT 진입 이후 제작비가 최고 100배 수준까지 올랐는데 이제 와 한국 시장에서 눈을 돌리는 것 아니냐"며 "중소 제작사를 포함해 애꿎은 국내 사업자들은 콘텐츠 제작비 상승과 출혈 경쟁으로 적자 상황을 모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2년간 넷플릭스가 제작한 K-콘텐츠 중 눈에 띄는 작품이 없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킹덤', '더글로리' 등 걸출한 작품을 배출했지만, 최근 장기적으로 화제성을 끈 콘텐츠가 없었다는 평가가 있다. '살인자ㅇ난감', '더 에이트 쇼' 등이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앞서 파급력이 있던 작품에 비하면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국내 산업과 시장에 대해 강점을 느낀 시기가 지나고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시장 특성에 맞는 강점을 찾아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발굴하고, 한국에서는 드라마 장르에 집중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내 OTT 사업자들은 드라마 비중을 줄이고 예능이나 스포츠 늘리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스포츠 판권을 확보하고, 제작 단가가 비교적 낮은 오리지널 예능 중심으로 라인업을 편성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CJ ENM이 운영하는 OTT 티빙에서 '선재 업고 튀어'와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온 만큼 넷플릭스의 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는 IP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선재 업고 튀어의 흥행으로 하루 동안이지만, 국내 OTT 중 처음으로 티빙이 넷플릭스를 제치고 OTT 하루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선재 업고 튀어'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아닌 국내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눈에 띄는 사례"라며 "국내 플랫폼의 해외 진출 전 단계에서 IP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K콘텐츠의 넷플릭스 의존성을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나인기자 [email protected]

2024-06-23T21:36:23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