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11시에 퇴근"…대구 국립초 교사 폭로한 교내 갑질

대구 지역 한 국립초 교사가 직장 내 괴롭힘과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폭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교사는 저연차 교사 밤늦은 퇴근, 정시 퇴근을 위한 보고, 부당한 명령 등 국립초 교내에서 발생하는 민낯을 보여줘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A교사가 그동안 교내에서 겪은 일들을 적은 글이 최근 교사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지난 3월 B초교로 전입한 A교사는 "학교에서 근무한 네 달 동안 감시, 억압, 부당한 명령 등 불합리한 학교 문화를 겪으며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다"며 "도를 넘는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교내 모든 선생님이 퇴근하고 나서야 1년 차가 퇴근할 수 있도록 지시받은 것이었다. 두세 달 동안 매일 밤 11시쯤 학교 문을 잠그고 퇴근해야 했고 늦게 간 날은 12시가 넘는다"며 "초반에는 학교 문화라는 이유로 늦게 퇴근해도 초과근무를 달지 못하도록 지시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퇴근 시간인 오후 4시 30분 정시 퇴근을 위해서는 일부 고연차 교사들에게 비공식적인 루트로 허락을 받아야 했다고도 지적했다.

A교사는 "생후 19개월 된 딸이 폐렴과 중이염으로 2주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병원에 가기 위해 선배 교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그 허락도 교장, 교감 등 관리자에게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학년 부장교사와 동기 기장을 통해 고연차 교사에게 보고가 이뤄지는 구조로 정시 퇴근을 부탁하는 게 눈치 보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학교 안팎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립초의 '기수 체계'는 과거부터 교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 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학교 운영의 기본 조직은 교장, 교감, 부장교사, 평교사 체계다. 하지만 국립초에선 '학교에 전입한 기수'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고, 서열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해 상대적으로 저연차인 교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일이 잦다.

이처럼 지나친 충성을 강요하는데도 침묵이 유지된 것은 이 시간을 견디면 주어지는 '보상' 때문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국립초는 교육부 지정 상설 연구학교여서 해당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들은 승진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이 학교에서 근무했던 한 교사는 "국립초는 교사들 사이에서 승진을 위한 일종의 '패스트 트랙'으로 불린다"며 "그렇다 보니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까라면 까야'하는 군대 같은 문화가 있고 대부분의 교사들이 부조리함을 참고 버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구교사노조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안은 비단 해당 교사의 일이 아닌 교육계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며 "비뚤어진 승진문화로 인해 교사들의 인권 탄압과 직장 내 괴롭힘이 당연한 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교육청에 ▷해당 교사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학교 내 괴롭힘, 부당 지시 등을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는 독립된 외부 기관 도입 등을 요구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학교에 대한 조사와 감사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교육청에는 국립초 감사 권한이 없어 상위 기관인 국립 C대에 감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2024-06-23T05:01:56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