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말 [신간]

소수의 목소리에 집중한 단편 소설집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유별난 상상력으로 독자를 매혹하는 정보라 작가가 2020년부터 2023년 겨울까지 발표한 최신 단편 10편을 묶었다. 책은 저자의 문학적 감수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소설 속 인물은 저마다의 이유로 시대와 불화한다. 효율적인 육아라는 명목 아래 신체를 기계로 전환한 동생과 갈등하는 트랜스젠더, 함께 데모하는 동지를 상실한 이후 그를 회고하는 무성애자, 전국에 딱 세 개 남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 매번 역사적 현장에서 허리가 폭발하는 악몽을 꾸는 피해 생존자 등이다. 이처럼 저자는 사회에서 소외된 시선과 목소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젠더, 성, 계급, 노동의 문제에서 시작해 인종, 동물, 환경 정의의 문제까지 융합한 다양한 서사를 풀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가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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