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광역단체장들은 왜 한동훈 때리기에 나설까[여의도앨리스]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일부가 공개적으로 한동훈 당대표 후보 때리기에 나선 데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의 전직 대통령 수사 이력, 총선 책임론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예산과 차기 지방선거 등 윤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지난 총선을 총괄 지휘한 사람이 출마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총선 참패를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같은날 대전시청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이 선거에 패한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공천 문제가 있었다”며 “(한 후보가)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일부 가지고 있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한 후보의 만남을 거절한 데 이어 충남지사와 대전시장도 한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토한 것이다.

앞서 한 후보는 홍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거절당했다. 반면 홍 시장은 지난달 25일 대구시청을 찾은 원희룡 당대표 후보를 만나 “원 장관 같은 사람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며 적극 지지했다. 이 경북 지사 역시 한 후보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이 지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후보 측에)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며 “우리 당에서 훈련된 사람들이 있는데 갑자기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당을 어떻게 이끄냐”며 한 후보를 비판한 바 있다.

홍 시장 등 대권주자들은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홍 시장은 한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많이 내왔다. 홍 시장은 지난달 30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총선 참패 주범” “정치 미숙아” 등 강한 표현으로 한 후보를 비판했다. 차기 대선주자군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30일 SNS에 “지금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라며 “톡쏘는 사이다 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후보, 홍 시장 등 차기 대권 경쟁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일부 광역단체장들이 공개적으로 한 후보 때리기에 나선 배경에는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홍 시장은 총선 직후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하는 등 최근 윤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며 윤심을 대변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 지사 역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의 TK 지역 광역단체장들이 한 후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감을 읽고 한 후보 때리기에 가세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TK의 한 후보 비토 심리를 단순히 ‘윤심’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윤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영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통적 보수층 일부는 한 후보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이력에 반감이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한 후보는 전직 대통령들을 감방에 보낸 검사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총선 패배 책임이 있는 한 후보가 곧바로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의식까지 겹치면서 영남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한 후보 비토 정서가 표출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아직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한 한 후보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으로도 읽힌다.

광역단체장들이 윤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면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당 관계자는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좋게 해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지방선거는 윤 대통령의 임기(2027년) 내 치러진다. 당 관계자는 “지자체장들이 윤 대통령과 잘 지내야 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직 대통령이 지방선거 공천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누굴 잘 되게 할 수는 없어도 안 되게 할 수는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나쁘게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받아야 할 게 많은 지자체장들이 나서서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설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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