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WP은 절규 수준의 사퇴 압박…오바마·클린턴은 “바이든 지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올해 대통령 선거 첫 TV 토론에서 처참하게 참패한 후 미 진보 진영이 큰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토론 내내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고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인 바이든의 상태가 그동안 암암리에 거론돼 온 ‘고령(高齡) 리스크’를 전면으로 부각하면서 민주당 측이 후보 교체론을 두고 두 쪽으로 갈라지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진보 언론 및 지지자들은 상대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지하려면 지금이라도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절규’ 수준으로 압박하는 반면, 바이든 본인과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는 완주를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내 원로들도 바이든 편에 섰다.

바이든을 지지했던 친(親)민주당 주요 언론들은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 NYT는 토론 다음 날인 지난 28일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바이든의 자진 사퇴를 적나라하게 요구했다. 논설실 명의로 작성된 사설은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나이와 쇠약함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눈감아 주기를 희망하는 건 너무 큰 도박이다. 강력하며 활기 넘치는 대안을 제시할, 더 잘 준비된 (다른)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고 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NYT의 대표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에 “바이든의 토론 모습을 보며 흐느꼈다”며 “나는 바이든과 한때 가깝게 지냈고 그는 좋은 사람이자 좋은 대통령이지만 재선에 출마할 자격은 없다. 품위를 지키고 무대를 떠나야 한다”고 썼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스타 기자 출신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그(바이든)와 민주당에 정치적 수소폭탄이 터졌다. 이제 (사퇴는)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유권자들 표심(票心)도 빠르게 바이든을 떠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단편적인 영상이나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게시물을 통해 대선 캠페인을 접한 유권자들이 90분간의 적나라한 TV 토론을 보고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가 무엇인지 현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206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0%는 바이든이 후보에서 교체돼야 한다(’확실히’와 ‘아마도’ 합계)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는 절반(47%)이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부담 탓에 실명으로 사퇴를 요구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론 극도의 불안이 확산 중이라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한 민주당 하원 의원은 “바이든이 후보직을 사퇴하도록 하는 데 상·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들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NYT는 당 소식통을 인용해 “(토론 직후) 민주당 의원과 당 관계자 및 활동가들이 바이든의 의지와 관계없이 8월 열릴 전당대회 이전에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는지, 당규(黨規)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당사자인 바이든은 후보 교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토론 다음 날인 지난 28일 대선 경합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롤리에서 유세를 갖고 “나는 과거만큼 편안하게 걷지 못하며 말도 잘 못 한다. 그러나 이 일(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하고 완수할지는 안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넥타이 없이, 셔츠 단추 두 개를 풀고 연설장에 나타났다. 지지 기반의 동요를 다잡으려는 듯 평소보다 강한 어조로 “11월(대선)에 이곳에서 이기려 한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부통령 바이든’과 대통령 시절 8년 동안 함께 일한 버락 오바마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토론이 잘 안 되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내 말을 믿으라”며 “이번 선거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싸워온 사람(바이든)과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트럼프) 사이의 선택”이라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 노력하면서 트럼프가 남긴 수렁에서 우리를 구했다. 이것이 11월 (선거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의 여론과 바이든 ‘내부자들’의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바이든의 사퇴 결단 여부가 배우자 질 여사에게 달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바이든의 중요한 정치적 결정마다 깊숙이 관여해 온 그녀만 바이든의 사퇴를 설득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바이든은 주요 사안을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질 여사는 일단 바이든의 편에 선 모습이다. 토론 당일 민주당이 주관한 파티에서 “조(바이든), 너무 잘했어요! 당신은 모든 질문에 답했어요”라고 외쳤다.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선 ‘VOTE(투표하세요)’라는 글자가 앞뒤로 적힌 검은 원피스를 입고 유세장에 나타났다. 미 언론들은 “남편이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질 여사가 이례적으로 패션 유세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WP는 “바이든의 결정에 깊은 영향을 미쳐온 질 여사의 태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장밋빛’이었다”고 했다.

토론에서 압승했다고 자평하는 트럼프는 대규모 유세를 열고 기세를 이어갔다. 그는 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바보 같은 바이든은 한 주(週)를 토론 준비를 위해 썼다는데, 너무나도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바이든은 추락하고 불태워졌으며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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