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갖고만 있어도 처형된다”

북한의 기독교 탄압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긴 정부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성경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형을 당한다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생생한 증언과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보고서다.

30일 통일부가 최근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종교 탄압 수준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헌법(사회주의 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명문상 규정일 뿐이다.

특히 기독교인에 대한 탄압이 심각한 편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기독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적극적인 선교 활동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탄압의 이유로 기독교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세계의 종교라는 점, 해방 전 북한 지역에 기독교 교세가 상당했던 점 등을 언급했다. 보고서엔 다음과 같은 탈북민들의 증언도 등장한다.

“성경책에는 미신에 관한 것이 적혀 있어 이것을 읽게 되면 사상이 변질되니 이런 책을 보면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이를 소지하면 죽임을 당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1994년쯤 함경북도의 한 공설운동장에서 공개처형을 봤습니다. 한 남자가 범죄 사실을 낭독해줬는데 죄명은 반역죄였고 범죄 사실은 성경책을 소지하고 하나님을 믿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반(反)종교교육은 유학생을 상대로도 진행된다. 북한의 유학생들은 외국에 나가서도 정기적으로 반종교교육을 받는데 한 탈북민은 “유학 시기엔 2주에 한 번씩 ‘선교사들의 포섭을 경계하라’는 내용을 들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엔 이 같은 탄압에도 신앙을 버리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도 실려 있다. 2009~2010년쯤부터 신앙생활을 했다는 한 탈북민은 주일이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는 “USB에 저장돼 중국에서 넘어온 설교 말씀을 이어폰으로 듣고 찬송가도 따라 불렀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북한에는 사실상 교회가 없기 때문에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몰래 모여 기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인적 사항은 모르지만 (단속에 적발된 주민이) 교화형 15년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2018년부터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대중에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올해 보고서는 전년도 보고서를 만들 때 활용한 508명의 진술에 지난해 조사한 141명의 증언을 더해 제작됐다.

박지훈 기자 [email protected]

2024-06-30T18:07:36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