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후행동, 평가나 선언으로만 그치면 안돼”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기업의 그린워싱을 감시하고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행동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기후위기 시대, 기업에게 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되는 것)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목표다. 점점 거세지는 국제 사회의 요구 앞에 글로벌 기업들은 저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 감축 로드맵을 공개하고 있지만, 선언에 머물 뿐 실제로는 탄소 감축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32차 시민정책포럼에서는 시민사회가 나서서 기업의 탄소 감축 계획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탄소 감축 노력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부소장은 포럼에서 시민사회로부터 시작된 기후행동 평가 프로젝트 '온실가스100만톤클럽'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온실가스100만톤클럽은 시민사회 영역에서 기업 감시 수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로부터 시작된 기업 기후행동 평가 프로젝트다. 작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한국지속가능발전협회, 국토환경연구원, 뉴스펭귄과 함께 공동 연구단을 조직했다.

연구단은 시민과 공동체의 힘으로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산업군의 종류와 사업 규모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달라지는 여건을 반영하고, 투자 비용 등을 포함해 기업의 기후행동노력을 여러 각도로 평가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이른바 '기후악당'뿐 아니라 기후행동 모범 기업들을 발굴하고 알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연구단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만톤 이상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책임성, 효과성, 투명성, 적극성, 효율성 등 다섯 가지 항목에 점수를 매겼다. 석유화학·정유, 전기전자, 시멘트 등 업종을 구분해 평가했다. 평가 결과, 높은 평가를 받은 상위 10개 기업은 SK텔레콤, LG디스플레이, 한화토탈 주식회사, LG유플러스, 포스코퓨처엠, 한국전력공사, SK E&S, 주식회사 KT, 금호석유화학 주식회사, KCC 순으로 나타났다.

이윤희 부소장은 기업의 기후행동을 평가할 때 기업이 평가나 선언에 치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부소장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탄소중립 선언을 눈에 띄게 강조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넷제로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지 목표를 선언하고 공개하는 것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추어는 2021년 보고서를 발표, 유럽 최대 상장기업 1000곳 중 3분의 1이 2050 넷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하며, 대다수 기업이 넷제로 기후목표를 달성하는 궤도에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윤희 부소장은 "온실가스 배출 관리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스코프 3의 경우, 공개 범위 등이 의무화돼있지 않아 비교 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공개된 자료들도 오류, 의도적 조정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탄소 감축량을 공개해도 총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등 내막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보기가 어렵고, 기후행동 평가를 위해 필요한 정보가 파편화돼있어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다양하고 치밀한 그린워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기업의 기후행동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증대하기 위해서 기후공시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사회의 기업 기후행동 감시 영향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부소장은 "그러기 위해선 좀 더 면밀한 자료가 필요하다"며, "시민단체, 언론, 학계, 국제사회 등의 연대와 협업해야만 제대로 된 평가 작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 연구소다. 최신 기업 기후행동 종합보고서인 100만톤클럽 기후행동 성적 보고서는 오는 7월 발간될 예정이다. 뉴스펭귄은 관련 내용을 추후 더 자세하게 보도할 계획이다.

2024-06-27T05:17:15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