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과성 미확인 통계 잘못 인용한 주장'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2700여 명의 국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질병청은 AFP에 2023년 12월 말까지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돼 보상금이 지급된 사망 사례는 총 23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외 전염병 전문가들은 한국의 백신 이상반응 보고 시스템처럼 누구나 자발신고가 가능한 경우 그렇게 집계된 이상사례는 모두 백신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주장은 3월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코로나 백신 희생자"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됐다.

블로그 작성자는 "코로나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 2700여 명, 중증 장애자가 19,000여 명이 공식 통계다. 실제로는 사망자가 10배나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면서 2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기자회견 동영상 링크를 공유했다 (아카이브 링크). 

해당 동영상에는 조수경 생명회복운동본부 회장이 수많은 사람들이 백신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을 받고 있다"라고 지원 연설을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조 회장에 이어 연단에 선 조두겸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 2700여 명, 중증자 19000여 명이 발생하였다"라고 말한다.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온 세계보건기구는 2023년 12월까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약 130억 회분이 접종됐는데 이중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고 발표했다 (아카이브 링크).

한편 코로나 백신이 보급 첫 해에만 잠재적 사망자 약 2000만 명을 줄였다는 연구결과가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된 바 있다 (아카이브 링크 여기, 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는 백신 안전성에 관한 잘못된 주장이 꾸준히 유포됐는데 특히 백신과의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사례 통계는 허위 주장의 근거로 자주 사용됐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기자회견 동영상은 잘못된 주장과 함께 네이버 블로그 등에 반복적으로 공유됐고, 영어 자막이 추가된 영상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를 통해 해외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2700여 명의 국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 오용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으나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후 다수 온라인 게시글에 인용된 사망자 및 중증환자 수는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사례 현황 보고서에서 발췌한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4년 2월 24일까지 백신 접종은 1억 4000만 회 이상 실시된 가운데 접종 후 사망 2137건, 주요 이상사례는 1만 7753건 보고됐다 (아카이브 링크).

다만 질병청은 보고서 서두에 "이 보고서의 이상사례는 진단의 적합성 또는 백신과의 인과성을 입증한 자료는 아님"이라고 명시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 본인이나 보호자, 이상반응을 진단한 의사가 인터넷에서 신고할 수 있고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상반응과 백신 간의 인과성이 명확하거나 개연성 혹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경우 보상금이 지급된다 (아카이브 링크).  

질병관리청 보상심사팀 관계자는 3월 26일 AFP에 작년 12월 31일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금이 지급된 사망자는 총 23명이라고 밝혔다.

'도구화된 슬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보건안전센터의 아메쉬 아달자(Amesh Adalja) 박사는 3월 14일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이나 미국처럼 누구나 이상반응을 자발보고 할 수 있도록 백신 이상반응 감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경우, 해당 시스템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는 "백신의 역할에 대한 어떠한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데에도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 링크). 

하지만 백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데이터베이스를 "백신 안전성에 대한 허위 주장을 하기 위해" 오용하고 그러한 맥락에서 공유해 왔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편 홍콩대학교 임상의과대학 싯다르트 스리달(Siddharth Sridhar) 교수는 3월 15일 AFP에 어떤 백신이라도 예방접종이 대규모로 이뤄지면 이상반응이 보고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면 '기저 발생률(background rate)'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일부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이상반응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아카이브 링크).

기저 발생률이란 백신 접종이나 다른 의료 개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예상되는 특정 질환의 정상적인 발병률이다.

스리달 교수는 "백신 접종 캠페인이 실시되지 않았다면 전반적인 사망률이 훨씬 더 높았을 것으로 본다"라며 특히 고령층은 더욱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모든 사실이 백신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이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큰 위로는 되지 않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들의 슬픔이 백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2024-03-29T07:55:49Z dg43tfdfdg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