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2일 만에 설득될 결심, 대표팀 욕망 위해 K리그 버린 홍명보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지난 5일. 그러니까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가 홍명보 대표팀 감독 내정을 발표하기 이틀 전.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임생 이사에게 따로 연락 받은 것도 없다. 굳이 내가 만나야 할 어떤 이슈가 무엇인지 생각을 해야 한다. 특별히 만나야 할 이유는 많지 않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대한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지난달 30일, 7일 전에도 홍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완고했다. 어떤 상황이라도 대표팀 감독을 수락하지 않고, 울산에 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팬들에게 "걱정을 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모든 사람들이 차기 대표팀 감독에 대해서는 홍 감독을 제외하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홍 감독은 확실한 선을 그었다.

그런데, 이임생 이사를 만나지 않겠다고 단언한 지 이틀 만에 홍 감독은 설득 당했다. 어떻게 설득을 당했는지는 이 이사가 8일 브리핑을 통해 설명할 예정이다.

어떤 대단한 이유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홍 감독은 말을 뒤집었다. 의지를 뒤집었다. 그리고 K리그를 배신했고, K리그 팬들을 배반했다. 축구협회가 시즌 도중 K리그 감독을 빼간다. K리그 구성원이라면 뜯어 말려야 하는 상황. 누가 봐도 축구협회가 K리그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홍 감독은 동조했다. K리그 대표 감독이 최선봉에 나섰다. 불과 며칠 전 축구협회의 행정을 그렇게 비판하더니, 홍 감독은 K리그를 버리고 그 무능한 조직 속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이틀 만에 꺾일 의지였다면 그렇게 목소리를 높인 것이 무안하지는 않은가.

일단 축구협회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며 대립 분위기를 형성한 뒤, 축구협회의 삼고초려, 그리고 수락. 이런 과정이 만들어졌다. 축구협회가 좋아서 수락한 것이 아니라, 축구협회를 바꾸기 위한 혁명가 이미지로 입성을 하는 모양새다.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수많은 외국인 감독들의 이름들은 옆에서 거들었을 뿐.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할 자? 한국 축구가 위기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 구원자가 꼭 홍 감독일 필요는 없다. 울산을 버리고, K리그를 버리고 대표팀으로 달려갈 필요는 더더욱 없다. 대표팀을 위해서 K리그를 희생시킬 필요도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축구협회와 홍 감독은 또 하나의 '악례'를 남겼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선택한 건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본인이 거절했으면 될 일이다. 홍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K리그 시즌 도중 울산을 버리고 대표팀을 선택한 것, 대표팀에 대한 개인의 욕망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참패에 대한 명예 회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진정 한국 축구를 위해서였다면, 수락이 아니라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좋은 감독을 선임할 수 있도록 거절했어야 했다. '구멍난' 축구협회 대표팀 감독 선임 시스템이 뽑은 감독이다. 위원장도 없는 상황이었다. 축구협회와 감독 모두 지지를 받지 못한다. 물음표가 먼저 찍혔다. 진정 한국 축구를 위해서였다면, 이 시스템을 먼저 보완하라고 해야 한다. 위원장을 다시 선임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제대로 된 감독을 뽑으라고 해야 한다. 그 구멍의 틈으로 들어가려 하지 말고.

이런 것을 위기의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한 희생, 헌신, 봉사라고 포장하지 말자. 희생, 헌신, 봉사는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앞으로 나서는 일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 그것도 월드컵 대표팀 감독. 할 사람 많다. 줄을 섰다. 또 K리그 감독에서 한국 최상의 팀 감독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연봉도 더 받는다. 이게 왜 희생, 헌신, 봉사인가.

이건 특혜에 더 가깝다. 욕망이다. K리그를 버리고 탐할 만큼 욕심이 나는 것이다.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을 2번 지휘하는 감독이 된다.

왜 한국 축구를 위한 희생, 헌신, 봉사의 기회는 유독 홍 감독에게 많이 주어지는 것일까. 성인팀 지도 한 번 해보지 않은 이에게 성인 최고의 무대 월드컵 감독을, 행정 경험이 전무한 이에게 축구협회 행정의 수장 전무이사를, 그리고 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했던 감독에게 또 월드컵 감독을. 10년을 돌고 돌아 결국 또 홍명보다.

이번에는 다를까. 다르기를 기대한다.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 그들만의 월드컵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전에 홍 감독은 K리그 팬들과 울산 팬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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